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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함량미달의 미·중 알래스카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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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시론]함량미달의 미·중 알래스카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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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달 18~19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외교 고위급 회담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미·중 고위급 회담은 시작 전부터 기싸움이 대단했다. 상호 정치체제와 대외정책을 정면 비판하는 등 아픈 비난을 주고받았다. 미·중 양강은 서로의 가치를 내세우고 자국 국력을 노골적으로 자랑했지만 중국의 ‘질적’ 부상은 갈 길이 멀어 보였고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이 돌아왔다" 선언도 돌아오려면 한참은 걸려 보였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말과 행동이 고품격인 바이든 외교의 데뷔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신사(紳士)’ 블링컨과 설리번이 중국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모습에서는 겉은 바이든, 속은 트럼프의 ‘바럼프’ 외교가 느껴졌다. 만약 자국민을 의식한 발언이었다면 드리워진 트럼프의 그림자가 너무나 길고 컸다.


미국이 베이징에 가는 대신 알래스카로 중국을 불러들인 것 자체가 대중(對中) 자신감의 결여다. 2017년 트럼프의 첫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은 일본·한국을 방문한 직후 바로 중국으로 날아갔다. 이번엔 적지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인가. 아니면 전략전술 차원이었는가.


알래스카 회담 직전까지는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에서 미국의 중국 다루기가 상당히 용의주도한 전략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3월12일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 ‘쿼드’ 첫 정상회담이, 같은 달 15~18일에는 미·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담이 열렸다.


하지만 ‘예의바른 모범생’ 이미지의 양제츠가 불의의 일격을 가하자 바이든 외교는 단번에 회담장을 빠져나가는 기자단을 돌려세우며 허둥댔다. 미국의 대중 전략은 ‘허장성세’였고 ‘용두사미’에 더해 ‘화룡점정’ 다 그린 용의 눈을 찍는 데 실패했다.


중국은 중국대로 혼자 북치고 장구쳤다. ‘100년 전 중국이 아니다’ ‘미국과 공개적으로 맞대결한 역사의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 자화자찬했지만, 이것이야말로 중국의 한계다.


중국의 덩치는 커졌지만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100년 전 아편전쟁에 머물러 있었다. 중국 외교는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의 환영 만찬 취소 등 결례에 대한 중국의 화풀이는 이유가 있었지만 대응은 저(低)차원이었다. 외국 인사를 상대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중국 관료들의 대응방식이었다.


분노를 표출할 뿐 중국 역사상 세 치 혀로 상대를 장악하던 합종연횡의 달인, 소진과 장의의 유세는 없었다. 일대일로와 공공외교로 전 세계에 수많은 돈을 쏟아도 어려웠던,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의 이미지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한편 미·중은 국제사회 청중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자 했다. 블링컨은 중국에 회담 직전 한일 순방을 부각시키며 은근히 역내 동맹의 튼튼함을 강조했다. 이에 양제츠는 한일은 중국의 2번째, 3번째 무역 파트너임을 상기시켰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대중 견제에 한일을 끌어들였고 이에 중국도 질세라 한일을 끌어들였다.


이런 강대국들의 수준으로 미루어 볼 때 바이든 4년 동안 한국 외교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듯하다. 한국 외교도 그나마 미·중 사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알아서 출구 찾기에 나서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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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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