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2차전지 믹싱 시스템 전문 기업 티에스아이가 매년 역성장하고 있다. 전방 산업의 투자 지연 등으로 수주가 감소한 탓이다. 다만 올해 여러 배터리 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에스아이는 지난해 매출액 457억원에 영업손실 8842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5.0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 비중으로는 믹싱 시스템이 65%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믹싱 제작품(19%), 공사(10%) 기타(6%) 등의 순이다.
1996년 '태성기공'으로 설립된 티에스아이는 2차전지 믹싱 시스템 전문 기업이다. 믹싱 공정은 2차전지에 들어가는 양극과 음극 극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도전재, 결합재, 용매 등을 혼합·분산해 슬러리(현탁액) 형태로 만들어 이를 코팅하는 공정까지 공급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지난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티에스아이는 지난해 실적 저조에 대해 고객사 투자 지연을 원인으로 꼽았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 LG화학, 프랑스 기업인 Automotive Cells Company(ACC) 등의 투자지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9년 말 기준 342억원이었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307억원으로 줄었다.
매출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감소했다. 연결기준 2018년과 2019년 매출액은 각각 660억원과 610억원이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51억원에서 58억원으로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 물량이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수주산업이다 보니 전방에서 투자가 많아지면 그것이 매출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부터는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사들의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SK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CAPA)은 지난해 말 120GWh에서 2023년까지 260GWh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삼성SDI 는 헝가리 신공장 투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2공장과 염성 2공장 등에 대한 투자가 계획됐다. 이와 함께 ACC는 2023년까지 24GWh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티에스아이도 지난해 4분기 기업설명(IR) 자료를 통해 고객사 투자 확대로 2019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미확정된 부분들이 많아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여러 배터리 업체들이 투자를 밝히기도 하고 있어서 올해 물량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요소 중 하나는 티에스아이의 매출이 나오는 고객사가 대부분 국내라는 것이다. 최근 폭스바겐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 생산해온 파우치형은 점진적으로 줄이고 중국 CATL과 스웨덴 노스볼트가 생산하는 각형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내놓으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이 같은 우려에 티에스아이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자신들이 생산하는 믹싱 시스템이 각형이나 파우치형 등 형태가 상관이 없는 데다 현재 고객사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배터리 형태와는 관련이 없어서 무관하다"며 "다른 업체들이 배터리 업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요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노스볼트에 직접은 아니지만, 예전에 연구소용으로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고 또 유럽의 다른 배터리사와 논의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해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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