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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곱빼기로 왜 안 줘", "음식 변기에 버렸다"…도 넘은 악성 리뷰 자영업자 '울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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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버린 사진 인증해 리뷰 테러
배달 앱 평점·리뷰, 음식점 매출 영향
전문가 "리뷰,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

"볶음밥 곱빼기로 왜 안 줘", "음식 변기에 버렸다"…도 넘은 악성 리뷰 자영업자 '울상' 최근 자영업자들이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배달 앱 '배달의 민족'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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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아이 생일인데 볶음밥 곱빼기로 부탁드려요", "변기가 배고프다길래 밥 줬습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잇따른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예컨대 1인분을 시켜놓고 정량보다 더 많은 양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본인이 주문을 잘못해놓고 가게를 탓하며 이른바 '별점 테러'를 하는 식이다. 특히 고객 중 일부는 음식 맛에 대한 단순 비판을 넘어 싱크대 하수구나 변기에 음식을 버리는 사진까지 게재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악성 리뷰는 가게 매출 감소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소규모 식당의 경우, 그 영향은 더욱 크다. 전문가는 악성 리뷰가 소비자의 선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곱창집 가게 사장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본인이 경험한 악성 리뷰 사례를 공유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업주는 음식과 함께 "고객님, 안녕하세요. 주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야채 곱창 '보통'으로 조리해 꾹꾹 눌러 담아 보내요" 등의 내용이 담긴 메모를 손글씨로 작성해 보냈다.


그러나 메모를 받은 고객은 '조리'를 '로리'로 잘못 읽고 "요리를 빗대어 말한 로리도 아니고 로리타(아동성애를 의미하는 단어)의 로리인가. 찝찝해서 별 하나 뺀다. 불쾌하다"고 했다.


이에 업주는 "글씨가 못나 죄송하다"면서도 "바쁜 와중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마음 전하고자 적은 쪽지였다. 이런 리뷰를 본 제가 더 찝찝하다"고 했다.


"볶음밥 곱빼기로 왜 안 줘", "음식 변기에 버렸다"…도 넘은 악성 리뷰 자영업자 '울상' 최근 한 고객이 볶음밥 양을 곱빼기로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됐다. 사진=배달 앱 '배달의 민족' 화면 캡처.


이보다 앞서 최근 아이 생일이라며 볶음밥 양을 곱빼기로 달라고 요청한 한 고객의 사연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고객은 배달 앱을 통해 "다른 음식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볶음밥에 들어가는 밥의 양만 많이 달라고 요청했는데, 매몰차게 안 된다고 친필 메시지를 적어 보냈더라"며 "아이 기분이 상할까 봐 (영수증) 사진만 찍고 얼른 찢어서 버렸다"고 했다.


고객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업주는 요청사항에 대해 "저희가 그 가격에 맞게 정량이 정해져 있어서 양을 더 많이 드리기가 어렵다. 양해 부탁한다"고 했다. 이에 고객은 업체에 별점 1점을 매겼다.


문제는 이 같은 비방성 리뷰로 자영업자들이 정신적·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배달 앱 이용 시 통상 음식과 서비스 등에 대한 리뷰를 보고 주문을 결정한다. 특히 코로나19로 배달 서비스 경쟁이 과열되면서 리뷰와 별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일부 고객의 경우, 음식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싱크대 하수구나 변기에 음식을 버리는 장면을 찍어 올려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를 본 점주들은 본인이 최선을 다해 만든 음식이 버려진다는 것에 대해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자신이 만든 수제 햄버거가 싱크대에 버려진 걸 본 한 점주는 "입맛과 취향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만든 음식을 만족하지 못하셨단 글을 보니 서글픈 마음이 든다"면서도 "버릴 정도의 음식을 만들었다는 건 분명 저희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점주는 또 "그래도 쓰레기통(개수대)에 버려진 음식 사진은 처음이라 충격이 크다"면서 "그간 저희의 노력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 같아 참 힘든 날"이라고 토로했다.


"볶음밥 곱빼기로 왜 안 줘", "음식 변기에 버렸다"…도 넘은 악성 리뷰 자영업자 '울상' 최근 한 고객이 변기에 음식을 버리는 장면을 찍어 배달앱에 올렸다. 사진=배달 앱 '배달의 민족' 화면 캡처.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악성 리뷰 관련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음식에 대한 지적은 이해하지만 고객의 불만이 지나치게 과도한 방식으로 표출됐다고 했다.


한 자영업자는 "맛없다고 리뷰 쓰고 별점 1점 주는 건 고객 마음이긴 하다만, 쓰레기통에 음식 버린 사진이나 하수구에 음식 처박은 사진을 찍어 올린다는 건 인성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리뷰 테러도 정도껏 해야 한다. 저런 식으로 악성 리뷰 쓰면 업장 죽으라고 덤비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배달의 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 악성 리뷰 근절 방안을 내놨다. 정당하지 않은 악성 리뷰를 업주가 신고하면 배민이 검토를 거쳐 해당 리뷰를 30일간 비공개 처리할 수 있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해당 리뷰는 30일 이후 다시 공개 처리되지만, 신규 리뷰에 밀려 내려가게 된다. 사실상 리뷰를 삭제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인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고객의 합리적인 불만 또한 악성 리뷰로 몰아가 고객의 정당한 소비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음식을 싱크대에 버리거나 하는 등의 악의적인 리뷰들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악성 리뷰나 별점 테러를 받는 점주들도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지속해서 생각할 필요는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비싼 배달료까지 지불하면서 음식을 시켰는데 맛이 없으면 당연히 리뷰에 좋은 소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는 악성 리뷰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리뷰와 사진 등을 참고해 경험하지 않은 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른다. 이런 경우, 악의적인 리뷰는 소비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지나친 악성 리뷰나 허위 리뷰들을 신고할 수 있도록 민원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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