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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차등의결권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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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차등의결권 때문에 미국에 뺏겼다.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일 뿐이다.


쿠팡의 뉴욕거래소(NYSE) 상장 발표에 증권가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시끄럽다. 뉴욕거래소는 각종 공시 규정이 국내보다 더 까다롭다고 알려진 곳이다. 규정 위반을 했을 때 징벌 수준은 국내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가혹하다. 일례로 세계적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의 최고경영자(CEO)는 부정회계 사건으로 24년 4개월의 징역형을 받았고, 회계감사를 했던 아서앤더슨은 공중분해 됐다.


이런 부담에도 쿠팡이 미국으로 간 것은 결국 차등의결권이 핵심 아니겠냐는 게 증권가를 비롯한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쿠팡은 클래스A와 B 두 종류의 보통주를 상장할 계획인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의 1주당 29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가 자본 유치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는 것을 막아준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수조원대 자금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의 지분율은 창업초기보다 크게 떨어져 있을 것이다. 상장을 하면서 공모자금을 끌어모으면 지분율은 더 떨어진다. 하지만 1주당 29표짜리 주식이 있으면 경영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은 이런 특혜까지 주면서 기업을 유치하는데 우리는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로 오히려 기업가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게 차등의결권이 뉴욕 상장의 첫 번째 이유라는 이들의 속내일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쿠팡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면 경영권 탈취 위협이 있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며 “창업자에게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는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보수 야권뿐 아니라 정부도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 경영주에 한해 1주당 최대 10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차등의결권이 쿠팡의 뉴욕행을 결정지은 1순위 요인이라는데 시각에는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 같은 문제제기에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라며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이 있다고 해서 (벤처기업) 상장이 편하게 되고, 없다고 상장이 안 된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실제로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쿠팡이 아니라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가 있는 쿠팡LLC다. 소프트뱅크가 4조원 가까이 투자한 회사도 쿠팡LLC다. 창업자인 김 의장도 10년 전부터 미국 증시 상장을 공언해왔다.


창업자 입장에서 차등의결권은 분명 매력적이다. 대신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한테는 그만큼 의결권이 제한된다. 어지간한 창업자가 아니고선 차등의결권을 고집해선 투자 유치를 받기 어렵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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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한 회사다. 누적적자만 4조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몇조원을 투자받고 29배나 되는 차등의결권까지 인정받았다. 그만큼 미래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는 의미다. 기업하기 힘들다는 한국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한 결과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차등의결권 자체가 아니라 차등의결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 기업인이냐는 것이다. 정치인과 시장 관계자들의 고민도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진 소모적 정쟁의 관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런 기업들을 만들고 국내시장으로 끌어들일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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