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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동백문구점 - 손글씨에 筆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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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직접 만든 수제 노트·예쁜 필기구 가득
1인용 책상 앉아 필사하는 재미도
한해 넘게 검증한 제품만 진열 "믿고 사는 곳"

[인스타산책] 동백문구점 - 손글씨에 筆 꽂혔다 유한빈 동백문구점 대표가 직접 제작한 노트가 색별로 진열돼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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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지에 진심을 담고 싶다면 손글씨가 제격이다. 연필로 한 자 한 자 꾹꾹 써 내려간 진심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강력한 연결고리가 된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그토록 매력적인 까닭은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써 내려간 진심이 오롯이 전달돼서 그런 것은 아닐까. 기술 발전에 따라 직접 손으로 글을 쓰는 일은 뜸해졌지만, 특유의 사각거리는 느낌은 여전히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매력에 다시금 빠져들게 해주는 공간이 있어 주목받는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동백문구점'이 주인공이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10분 남짓 걷다보면 붉은색 동백꽃이 눈길을 끄는 한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문구점'이라는 친근한 명패를 내걸었지만 자줏빛 커튼으로 창문이 가려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한 선율의 피아노곡이 귓가를 울리고 향긋한 꽃향기가 코끝을 맴돈다.


가게 한편에 놓인 원목장에는 각종 노트와 연필 등이 정갈하게 정돈돼 있다. 이 밖에도 동백꽃이 그려진 노트와 성냥, 동백나무를 뜻하는 'camelia'라는 단어가 도드라져 보이는 만년필 잉크 등은 이곳의 개성을 보여준다. 창가에 놓인 1인용 책상도 인상적이다. 손님들은 책상에 앉아 노트와 만년필 등 이곳의 필기구를 마음껏 체험해볼 수 있다. 먼저 다녀간 손님들이 노트에 남긴 글씨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스타산책] 동백문구점 - 손글씨에 筆 꽂혔다 원목장에 유한빈 동백문구점 대표가 제작한 노트와 대표 상품인 만년필 잉크 등이 비치돼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이곳은 유한빈 대표(29)가 오랫동안 꿈꿔온 공간이다. "손글씨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문구점을 개업하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처럼 이곳은 보통의 그저그런 문구점과는 다르다. 일반 문구점은 여러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만큼 독특한 경험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곳은 일명 '손글씨 덕후'들을 위한 전문적인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동시에 글을 쓸 때의 촉감을 충분히 느껴보도록 한다. 유 대표는 "문구는 경험재"라면서 "써보지 않고서는 어떤 느낌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문구점 아저씨'로 통한다. 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최고로 치는 필명은 '펜크래프트(pencraft)'다. 필법(筆法), 즉 '글씨를 쓰는 법'을 뜻하는 단어다. 온라인에서 손글씨 강좌로 유명해진 유 대표는 "하는 일과 별칭이 연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고민하다 4년 전부터 이 단어를 생각해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펜크래프트라는 별칭답게 그의 손글씨 관련 콘텐츠는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다.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는 8만명이 넘고,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또한 10만명이 넘는다. 유 대표는 가사나 시 등을 필사하는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한다. 그는 "필사를 하면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힐링하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허망한 감정이 때때로 드는데 글씨를 쓸 때는 그렇지 않다"며 "연필이나 만년필로 글씨를 쓸 때, 손끝에 전해지는 감촉이 좋다"고 덧붙였다.


'손맛' 외에 유 대표는 손글씨 예찬론을 펼치는 이유로 정성과 감성을 꼽는다. "중요한 문서를 쓸 때, 컴퓨터로 타이핑하기보다는 직접 손으로 써서 주지 않나. 손글씨에서 진심 또는 정성이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 유 대표는 "어린 시절 썼던 연필을 어른이 돼서 다시 잡아볼 때의 느낌도 오묘하다. 그때 그 시절만의 감성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인스타산책] 동백문구점 - 손글씨에 筆 꽂혔다 유한빈 동백문구점 대표가 직접 제작한 사진 엽서.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그는 펜이나 잉크, 노트 등의 문구류를 직접 제작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손글씨 마니아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문구점의 원목장 한 켠을 차지한 양장 노트와 만년필 잉크 등 이곳의 많은 제품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직접 쓰지 않을 거라면 만들지도 않는다"는 그의 말에서 문구 제작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문구 제품을 만들게 된 이유 역시 마니아 답다. 그는 "글씨를 쓰면서 많은 문구류를 접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제품은 몇 없었다. 예를 들어 노트를 사용할 때 아쉬웠던 점은 종이에 코팅이 돼 있는 경우 어떤 펜으로 쓰든 필기감이 비슷하다는 거였다. 또 손으로 노트를 짚으면 그 부분에 기름기가 묻어 글씨가 잘 써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종이의 맛과 글씨 쓰는 맛을 함께 살리자'는 생각으로 직접 문구류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구점 안의 모든 제품은 유 대표가 엄선한 것들이다. 그는 "가게에 갖다 놓은 물건들은 전부 최소 1년간 검증과정을 거쳤다"며 "직접 써보지 않았거나 좋은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갖다 놓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동백문구점이 꾸준히 신뢰받는 상점이 되길 원했다. 그는 "손님들이 많이 하는 말씀 중 하나가 '믿고 산다'라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며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이 되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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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필이어서 교정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조언했다. "닮고 싶은 글씨를 먼저 찾아보는게 좋다. 그러고 나서 그 글씨체를 자연스레 따라 써보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기마저 컴퓨터로, 심지어 모바일로 SNS에 남기는 디지털 시대임에도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 그를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팔로잉'할지 주목된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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