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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지방의 시스템과 인적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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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수준·구성원 역량 수도권보다 취약한 것은 명백
어떻게 극복하냐는 논의는 없어…많은 예산·노력 투입에도 기대만큼 효과 못 거둬
지역 문제 해결 위한 길은 지역 시스템과 운영하는 사람에서 찾아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건축물과 도로로 만들어진 물리적 존재로 인식되곤 한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 제대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거주하며 생활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을 다양한 측면에서 운영·관리하는 시스템이 더해져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행정체계이며 지방행정기관의 구성원일 것이다. 컴퓨터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이것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이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도시나 지역이 발전한다는 것은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잘 작동하는 것이다. 쇠퇴하거나 정체상태에 있을 경우 이들 가운데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넘어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고 있다. 인구감소로 소멸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당연하다. 따라서 초점은 ‘어떻게’에 맞춰진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예산 증액으로 연결된다. 다양한 사업으로 지역의 활력과 거주 여건을 개선하면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따라 많은 예산이 지방의 지자체에 투입되고 있다. 그 규모는 일반적인 인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 서울 25개 구청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28.4%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은 서초구로 54.7%다. 인구 43만명인 서초구의 올해 예산은 7467억원으로 구민 1인당 173만원 정도다. 이 정도면 많은 예산일까. 경북 도청이 위치하고 있는 안동시 인구는 약 15만8000명이다. 지난 5년간 해마다 약 2000명씩 감소하고 있다. 이런 안동의 올해 예산은 1조2550억원이다. 지방의 기초자치단체 예산이 1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 자체도 놀랍지만 1인당 환산해보면 약 816만원으로 서초구의 5배에 이른다는 점은 더 놀랍다. 인구 4만3000명 수준의 전남 신안군의 경우 예산은 약 5830억원으로 1인당 예산이 1355만원에 이른다.


낮은 인구밀도와 고령화에 따른 높은 복지수요 및 농업 등 다양한 산업 부문 지원 등을 감안하면 대도시보다 지방의 기초지자체 1인당 예산이 많은 것은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그 격차가 5배에 이른다는 것을 보면 지방의 낙후가 정말 재정지원 부족에 따른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 역시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2019년 2월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길이 7.26㎞의 천사대교가 개통됐다. 천사대교 건설에는 5689억원이 소요됐다. 이전에 완공된 3.5㎞ 연장의 압해대교 건설에 2089억원이 투입된 것을 합하면 7778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지옥철로 유명한 서울 지하철 9호선 6량 1편성에 8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예산 투입이 지연되면서 혼잡에 시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에서 오히려 수도권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농업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농업 선진국이랄 수 있는 덴마크의 경우 1990년대 20만 가구에 이르던 농가가 2015년 3만 가구로 70% 이상 감소했다. 농업 종사 인구의 감소가 농업의 위기나 소멸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농업인구 감소에 따른 농가당 경작 면적 확대와 자본투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귀농·귀촌 지원으로 생산성이 낮은 농업 분야에 계속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이 존재하도록 조치해 오히려 비효율을 촉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발전을 위해 많은 예산과 노력이 투입돼왔지만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 고등교육 및 고부가가치 산업의 서울 집중 등 외부적 요인에 대한 분석이 오랫동안 진행돼왔지만 내부적 요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다뤄왔다.


지역의 행정 주체인 공무원과 지자체 조직은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가야 한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소속감 강화를 토대로 적극적인 지방행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현재까지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승진에서 업무 성과를 통한 객관적 평가보다는 입사 시기에 따른 연공 서열이, 능력에 따른 배치가 아닌 단체장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오고 있다. 과거 존재했던 중앙과 지방의 인사 순환 구조가 약화하면서 조직간 칸막이가 높아져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방 지자체의 전반적인 수준과 구성원의 역량이 수도권에 비해 취약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역량의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민의 요구를 더 많이 듣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뜻을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나 현실에서는 이런 노력보다 소수 공무원에 의해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예타면제 등 대규모 사업에 대한 신청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과 합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길은 어쩌면 지역의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에서부터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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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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