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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전쟁은 늘 인류의 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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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전쟁은 늘 인류의 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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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 시기 한반도에서는 고조선이 힘을 키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지역 집단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지만, 하나의 왕국으로 통합되면서 세력권도 점차 넓어져 갔다. (중략) 일찍이 중국 고대 국가들과 교류하며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서기 전 7세기께에는 제나라와 교역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후략)"


‘권력 쟁탈 3,000년’ 86~87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글쓴이 조너선 홀스래그는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의 국제정치학 교수다. 1981년생. 40세가 채 되지 않은 젊은 벨기에 학자의 저술에서 나오는 고조선 역사 이야기. 생경하면서 또 경이롭다.


중국 한나라의 몰락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고구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 국가(고구려)는 고국천왕 대에 왕권을 강화한 참이었다. 고대 한반도의 기록을 편찬한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고국천왕이 유능한 장군이자 정의로운 지배자였다고 기록돼 있다. (중략) 한제국이 붕괴하자 고구려는 잠시나마 팽창했다가 새로 들어선 위나라에 밀려 다시 후퇴했다." 조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고대 왕국 고조선에서 국호를 딴 조선은 인구의 약 40%가 노비인 신분제 사회를 정당화하기 위해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았다."


‘권력 쟁탈 3,000년’이 우리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고조선부터 시작해 빠짐없이 우리의 역사를 짧게나마 서술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방대한 지역의 역사에 대해 연구했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되레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익숙하지 않은 국가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중앙아메리카 대륙 역사의 맨 앞에 속한다며 소개하는 올메카 문명이 대표적인 예다.



홀스래그는 그동안 국제정치학에서 다루는 역사가 소수의 뻔한 사례 연구에, 늘 세계의 작은 지역인 유럽에 편중돼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책에서 유럽·중동·중국·인도의 역사를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다룬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제국 로마의 비중은 역사를 다룬 다른 책들에 비해 작게 느껴진다.


인간 자연상태 '무한한 평화'라는 건 오산
권력의 욕망도…점령의 두려움도…
모두 전쟁의 원인이었던 '인류 3000년史'

홀스래그는 3000년의 역사를 "인간의 자연 상태는 무한한 평화가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전쟁은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3000년 역사 가운데 최소 1100년 동안 전쟁을 했다. 로마제국은 역사의 절반 이상이 전쟁으로 점철됐다. 1776년 수립된 미국이 지금까지 전쟁을 벌인 시간은 100년이 넘는다.


평화롭던 시기도 사실 평화롭지 않았다. ‘팍스 로마나’로 일컫는 시기에 제국 로마의 변방에서는 숱한 피정복민이 위태로운 삶을 영위했다. 팍스 로마나는 주변국 착취로 성립됐다. 따라서 적개심·저항·대립은 필연적이었다.


홀스래그는 지난 3000년의 역사를 조감하되 그 가운데 가장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소개하고 국제 관계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한다. 전쟁의 원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다. 결국 전쟁의 원인은 양쪽에 다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투키디데스는 펠레폰네소스전쟁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아테네가 힘을 키웠고 그로 인해 스파르타가 두려움을 키웠기에 전쟁을 피할 길이 없었다."



홀스래그는 공간적으로 균등하게 각 지역의 역사를 다룰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기원전 1000년부터 3000년 동안을 정확히 250년씩 끊는다. 1장에서 기원전 1000년 이전을 다루기 때문에 책은 13개 장으로 구성됐다.


홀스래그는 250년씩 끊은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다만 공간적으로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았듯, 시간적으로도 특정한 시기에 집중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250년씩 끊어도 시기에 따라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특징들이 나타난다. 가령 250~500년은 제국의 위기 시대였다. 유럽에서는 로마가 395년 동서로 분리된 뒤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했다. 중국에서는 앞서 220년에 한나라가 무너졌다. 홀스래그는 한나라와 로마가 몰락한 데 시간적 차이는 있지만 그 양상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두 제국 모두 내부적으로 극심한 양극화가 나타나고 내부에서부터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1750~2000년은 유럽이 전례없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시대로 요약된다. 홀스래그는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의 세계 지배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며 1500~1750년은 유럽이 힘을 축적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유럽보다 더 막강한 세력들이 존재했던 시기라고 설명한다. 유럽의 지배는 1750년 이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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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쟁탈 3,000년/조너선 홀스래그 지음/오윤성 옮김/북트리거)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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