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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서 43년 장사…전쟁나도 이보다 심할까 싶다"[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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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상권·골목상인 등 현장 르포

10년째 커피전문점 운영자 9월부터 월 1000만원씩 손실
"이달이 마지노선이라 생각"
"남대문서 43년 장사…전쟁나도 이보다 심할까 싶다"[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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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할퀴고 간 2020년을 변곡점으로 국내 경기 흐름은 뚜렷한 'K'자형 양극화 커브를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과 자산 상위층은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하위층은 급전직하의 내리막길을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사이 우리 앞에 나열되던 생애주기별 과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닿기 힘든 '꿈'이 돼가고 있다. 나름의 노력을 다 했는데도 별안간 빈털털이로 전락했다는 '벼락거지'라는 자조는 과거와 결이 다른 상대적 빈곤을 말한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2021년,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기획을 통해 부동산, 일자리, 출산, 자영업, 교육 등 올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세종), 류태민 기자, 박준이 기자] "영업이 아니라 빚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처지다.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이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굽은다리역 인근의 유명 커피 전문점. 10년째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이어오던 하모씨는 손쓸 수 없을 정도의 빚더미에 앉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굳은 표정 너머 매장 안에는 수십 개의 테이블 위 그보다 더 많은 의자가 뒤집힌 채 놓여 있었다. 그는 "이달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음 달에도 가게 문을 열려면 지인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사채를 써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매장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월 1000만원씩 손실이 났고, 3000만원을 대출받아 밀린 임대료(월 850만원)만 간신히 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홀 영업이 다시 중단되면서 노란우산공제 적금을 담보로 1000만원을 더 대출받았다"며 "빚만 4000만원"이라고 덧붙였다.


"남대문서 43년 장사…전쟁나도 이보다 심할까 싶다"[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오픈시위 나선 헬스장 운영자
임대료만 한 달 1000만원…우울증 약까지 복용

마포구 성산동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지난주부터 오픈 시위를 시작했다. 손님은 받지 않고 150평 남짓의 매장 문만 열어둔 채 가게 정비를 하는 게 일과다. 입구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재연장으로 1월17일까지 휴관한다’라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그는 최근까지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털어놨다. 한씨는 "지난해 2월 대구 집단감염 이후 신규가입 회원이 없기 때문에 매출이 바닥"이라며 "당초 400명 정도 되던 기존 회원 수도 120명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벼랑 끝에 몰린 그는 "매장 임대료가 한 달에 800만원 선"이라며 "직원 월급과 관리비를 합하면 매달 1000만원이 훌쩍 넘는 고정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고스란히 적자를 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PC방 업종도 휘청거리고 있다. 서대문구 신촌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씨의 대출금액은 이미 5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방문객이 매일 50명 정도는 꾸준히 있었는데 이제는 열댓 명 남짓하고 매출은 평시의 30%에 불과하다"며 "대출을 몇 번이나 받았는지 셀 수도 없다. 이제는 더 안 된다고 할 때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대표 상권인 남대문시장과 명동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높은 권리금과 임대료 때문에 등골이 휜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 2층에서 수예점을 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매출이 10%에도 못 미친다"며 "1층 매장은 상인들이 거의 나가 텅 비었다"고 설명했다. 명동에서 가방, 모자, 액세서리 매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남모씨는 43년 동안 장사를 해왔는데, 전쟁이 나도 이보다 심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지금 명동거리가 어디 시골 읍내보다도 사람이 적어 돈이 안 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모자 하나가 팔릴까 말까 한다"며 "아르바이트생을 모두 내보내고 가족과 운영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매장 2곳은 임시휴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남대문서 43년 장사…전쟁나도 이보다 심할까 싶다"[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명동 상인 매출 10분의 1토막
"폐업 예정" "폐업 고려한다"
소상공인 3명 중 1명 꼴 응답

"남대문서 43년 장사…전쟁나도 이보다 심할까 싶다"[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남대문서 43년 장사…전쟁나도 이보다 심할까 싶다"[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심각한 매출 부진은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사업을 유지하지만 폐업을 일부 고려하고 있다’라는 응답이 전체의 25.6%를 차지했다. ‘폐업할 수 있다면 폐업을 고려하겠다’ ‘폐업 예정이다’라는 응답도 각각 6.1%와 0.7%로 집계돼, 전체의 3명 중 1명은 폐업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한씨는 "다른 일을 찾으려 해도 모든 업종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현재 내 나이(43)에는 재취업도 힘들고 매일 마음이 오락가락한다"고 호소했다.


성북구 길음동에서 주점을 하고 있는 이모씨는 "환갑이 다 돼가는데 가게를 접어봐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한두 달만 더 버텨보자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는데 매달 530만원씩 내야 하는 임대료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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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재난지원금은 ‘언 발에 오줌 누기’만도 못하다. 하씨는 "앞선 지원금은 직원을 5명 이상 고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받지도 못했다"며 "말도 안 되는 실효성 없는 대책에 세금만 축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50만원과 소상공인지원 100만원을 받고 지난 가을 상가주인이 임대료를 20% 깎아주긴 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납부를 하지 못해 매달 보증금에서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 글 싣는 순서

① 욕망 또는 좌절이 된 부동산
② 일 못하는 청년, 일 못 놓는 장년
③ 아이 낳기 힘들어진 나라
④ 벼랑 끝, 퇴로 없는 자영업
⑤ 교육의 세습, 용 못되는 가붕개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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