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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충무공 표준영정 논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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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언론인·문화비평

[톺아보기]충무공 표준영정 논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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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에서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은 1598년 음력 11월19일 노량대첩에서 전사했다. 새해 1월2일은 장군의 전몰 422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이순신 연구가인 박종평 선생이 이끄는 참배 모임에 동행해 충남 아산의 장군 묘소와 현충사에 다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조심스럽긴 했으나 추모하는 마음을 표하는 것도 적절한 때가 있으니 따라 나섰다. 공기는 차갑지만 아주 맑아 참배와 답사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이 장군 묘소는 충남 아산시 음봉면 고룡산로 12-37에 위치해 있다. 장군의 부친인 덕연군(이정) 부부 묘소 등 가족이 묻혀 있는 산언덕에서 서북쪽으로 1리 거리의 양지 바른 언덕에 소나무를 병풍처럼 두르고 더도 덜도 없는 규모로 단정하게 조성돼 있다. 장군의 묘소는 원래 명나라의 지관이 본 금성산 아래 언덕에 있었는데 1614년 아산의 풍수사가 권한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묘소 오른쪽에 두 개의 비석이 있는데 당초 좌의정으로 추증된 것을 정조가 영의정으로 승진 추증하자 이를 기록하기 위해 하나 더 세운 것이다. 묘소를 바라보는 오른편에는 정조가 직접 지어 세운 신도비가 있다.


묘소 참배 후 현충사를 찾았다. 2011년 새로 문을 연 충무공이순신기념관을 비롯해 꽤 큰 규모에 잘 조성된 공간인데 이곳에 있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심란했다. 현충사에 봉안된 충무공 영정을 둘러싼 논란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충무공의 영정은 월전 장우성 화백(1912~2005)이 그린 것으로 1953년 현충사에 봉안됐고 1973년 표준영정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장 화백이 친일 화가라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영정 지정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화백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개최한 관설전람회인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수차례 입선하고, 1944년 일제가 전쟁을 독려하기 위해 연 '결전미술전'에 출품해 입선한 것 등이 친일 행위로 지목받아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후손들은 장 화백이 스승인 이당 김은호 화백(1892~1979)의 지시에 의해 하는 수 없이 결전미술전에 출품했던 것이고 결전미술전에 내려던 '부동명왕'은 훼손돼 출품도 하지 못했다며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게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당 김 화백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선정됐다. 근대기의 대표적 미술 교습기관으로 친일 귀족인사들이 주도해 만든 서화미술회 2회 졸업생으로 화업 초년기부터 초상화가로 명성을 날려 고종의 어진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1937년 여성들의 금비녀 등 장신구를 모아 총독에게 국방헌금으로 바치는 장면을 담은 '금채봉납도'를 그려 총독부에 기증했다. 이 그림은 이후 선전용으로 자주 사용됐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반면 장 화백의 경우 그럴만한 증거도 없다. 장 화백이 초년기 출품했던 조선미전은 20세기 전반부 대부분 화가의 작가 활동 무대였으니 특별할 것도 없다.


영정으로 돌아가자. 장 화백은 1952년 충무공기념사업회 회장 조병옥 박사로부터 충무공의 참모습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장군의 용모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으니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순신의 사람됨은 말과 웃음이 적고 얼굴은 단아하며 마치 수양하며 근신하는 선비와 같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 홍우원은 '남파집'에서 장군을 직접 본 사람의 설명을 정리해 "팔척 장신에 팔도 길어 힘도 세고 제비턱, 용의 수염, 범의 눈썹에 제후의 상을 지녔다"고 기록하고 있다. 윤휴는 '백호문집'의 '통제사 이충무공 유사' 편에서 "공은 큰 체구에 용맹이 뛰어나고 붉은 수염에 담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장 화백은 장군의 종손 집에 머무르며 후손의 모습과 골격 등을 면밀하게 살피고 현장 답사 등을 거쳤다. 특히 '담력'을 표현하기 위해 눈빛에 위엄을 담았다.


현충사에 있는 표준영정에 약간의 오류가 있는 것은 맞다. 사모가 16세기쯤의 그것에 비해 다소 높고 뿔은 다소 좁으며 흉배와 허리띠가 잘못됐고, 의복 색깔이 검은색이어야 하는데 붉은색이라는 점 등 고증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넘어가도 될 일이다. 반세기 넘게 보아 온 강직한 충무공의 이미지가 표준영정 해제로 하루아침에 우리 뇌리에서 사라질 리도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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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역사를 지닌 민족에게 자존감과 기백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혼을 담아 그린 작품을 깎아내리느라 애를 쓰기보다 충무공의 정신을 우리가 이 난세에 어떻게 계승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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