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용수단 총동원해 대출 억제
소상공인 대출취급 영향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고강도 대출 조이기에 잇따라 나서면서 소상공인들의 자금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일반 개인사업자대출까지 더욱 보수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본격 논의될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대출길이 조여들기라도 하면 소상공인들이 받는 타격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취급 중단, 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를 억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소득자 대출, 비(非)생활자금 대출에 대한 '핀셋 규제'로 부동산ㆍ증시 등으로의 지나친 자금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전반적인 대출 경색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은행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소득자 등 특정 계층, 특정 성격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일시적인 효과는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으로 관리를 하려면 총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일반적 성격의 대출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핀셋 규제로 나름대로 관리를 하는데도 수치에 의미있는 변화가 없다면 이런저런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취급 안 하고 금리우대 없애고 한도 낮추고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대출 증가를 억누르기 위한 '역대급' 조치들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부터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 '우리 금융인클럽' 등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우대를 축소했다.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이체시 주어지던 우대금리를 0.2%에서 0.1%로 내리거나 적립식상품 가입ㆍ유지 등의 조건으로 제공하던 금리우대를 없애는 식이다. 또 지난 11일부터 '우리원(WON)하는 직장인대출' 취급을 종료했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1억원이 넘는 가계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이 기존 신용대출과 더해 1억원을 넘으면 대출 승인이 안 된다. KB국민은행은 이미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모집을 연말까지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억제 방안도 조만간 마련해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은행 또한 곧 대출한도 축소 등의 방안을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 역시 주요 대출상품 한도 축소, 신용대출 우대금리 중단 등의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출 쥐어짜기에 속도를 내면서 가계대출 폭증세는 일단 주춤하는 모습이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0일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5689억원으로 지난달 말(133조6925억원)보다 1235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470조4238억원에서 469조9292억원으로 4946억원 감소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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