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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26년만에 공연하는 오페라 '에르나니', 정말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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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 라벨라 오페라단 단장, 2015년부터 국내서 보기힘든 오페라 공연
내년 5월 '안나 볼레나' 재연 "언젠가 도니제티 여왕 시리즈 3부작 완성할 것"
"오페라가 드라마보다 재미있어…오페라 접해보면 80% 이상 재미 느낄것"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관객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오페라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어려운 여건이지만 공연을 하기로 했다. 비용을 줄이고 성악가들도 다들 조금씩 양보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올해도 어김없이 그랜드 오페라를 선보인다. 오는 28~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에르나니'를 공연한다. 1994년 서울시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 이후 26년 만에 국내에서 공연되는 작품이다. 최근 라벨라오페라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은 "정말 좋은 오페라인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너무 공연이 안 됐다"고 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2015년 '안나 볼레나'를 시작으로 매년 적자를 감수하면서 국내에서 보기 힘든 공연을 선보였다. '안나 볼레나'는 '사량의 묘약'으로 유명한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작품으로 라벨라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했다. 지난해에는 도니제티의 또 다른 작품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국내 초연했다.


이 단장은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도니제티의 여왕 시리즈 3부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며 "나머지 한 작품인 '로베르토 데버루'도 언젠가 공연해 여왕 시리즈를 완성할 것"이라고 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와 도니제티의 '돈파스콸레'를 각각 공연했다.

[On Stage] "26년만에 공연하는 오페라 '에르나니', 정말 좋은 작품"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 [사진=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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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오페라는 제작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단장은 객석이 매진돼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그랜드 오페라를 올리는 이유는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를 소개하고 싶은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다. 이 단장은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국공립 오페라 단체들이 '토스카', '라보엠' 등 익숙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오페라 팬들이 마니아들이다. 그 사람들은 외국 오페라 극장에 공연을 보러 간다. 국내 공연 레퍼토리에 만족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으로 그랜드 오페라를 1년에 한 편씩 공연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부족한 재원은 정부 지원과 기업 후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후원이 뚝 끊겼다. "코로나19로 어렵다고 하면 할 말이 없더라."


결국 공연 횟수를 지난해 4회에서 올해 2회로 줄였다. 이 단장은 "띄어앉기를 적용해 객석을 절반만 개방하니 사실상 1회 공연만 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주세페니콜리니 국립음악원 석사 과정을 마친 뒤 테너로 활동하다 2007년 라벨라오페라단을 창단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현재 민간 오페라단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매년 그랜드 오페라를 공연하는 외에 성악 콩쿠르를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키즈 오페라 '푸푸 아일랜드'를 선보였다. 녹록치 않은 여건에서도 오페라단을 이어가는 이유는 성악가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 극장에 한국 오페라 가수가 없는 극장이 없다. 그 많은 가수들이 국내에서도 활동을 해야 하는데 시스템이 안 돼 있다. 가수는 많은데 무대가 없다 보니 성악가들이 방송에 많이 출연하고 있다. 방송 출연을 두고 대중화를 얘기하는데 지금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은 오페라의 대중화와 거리가 멀다. 오페라 가수는 오페라를 불러야 한다."

[On Stage] "26년만에 공연하는 오페라 '에르나니', 정말 좋은 작품" 라벨라오페라단이 지난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의 한 장면 [사진=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에르나니'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베르디가 1844년 완성한 4막 오페라다. '엘비라'라는 여성을 두고 '에르나니', '실바', '카를로' 세 남자의 치열한 사랑을 그린다. 에르나니는 아라곤의 영주였으나 반역죄로 추방당해 국왕 카를로에게 반기를 드는 반도의 우두머리다. 실바는 지체 높은 귀족이자 엘비라의 정략 결혼 상대다.


이 단장은 '에르나니'에 나오는 모든 곡이 주옥 같다고 했다. "굉장히 좋은 곡이 많다. 특히 네 주인공이 함께 부르는 4중창이 정말 멋있다."


'에르나니'의 이야기는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한 여자를 두고 세 남자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막장이지만 베르디 최초의 심리 오페라라는 평도 있다. 대부분 오페라가 사실 아침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막장 이야기를 다룬다. 사람들이 왜 오페라를 어려워 하는지 모르겠다. 오페라는 어렵다라는 편견 없이 오페라도 편하게 보러 오면 좋을것 같다. '에르나니'는 사각관계를 다룬다는 정도만 알고 와도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뮤지컬이나 콘서트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 단장은 조만간 커피를 마시며서 성악가들의 아리아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대중이 쉽게 오페라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쉽게 오페라 공연장으로 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 한다. 우리나라 국민 중 실제 오페라를 본 사람은 1%도 안 될 것이다. 오페라를 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막상 와서 보면 80% 이상은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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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장은 내년 5월 대한민국 오페라 축제에서 '안나 볼레나'를 5년 만에 다시 공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촬영에 돌입한 오페라 다큐멘터리 영화 '오페라는 즐거워'도 내년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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