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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 병주고 약주고…몰랐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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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인류 구한 10가지 약
탄생의 비밀서 그림자까지

[최대열의 體讀] 병주고 약주고…몰랐던 진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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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세상에 등장한 지 1년도 채 안 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어림 계산으로 지금까지 하루 17만명 이상, 분당 120명 이상을 감염시켰다. 북반구 중심으로 지난 봄보다 확산 규모가 심상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확진자 수는 더 증가할 게 분명하다.


글로벌 제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건 당연한 듯하다. 그러나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의학 지식을 하나로 모으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치료제나 백신처럼 집약된 성과로 결실을 보려면 무엇보다 돈벌이가 돼야 한다.


제약업계에서 감염병은 돈벌이가 안 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코로나19처럼 수시로 모습을 바꿔 공략하기 쉽지 않은 바이러스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효과 좋은 약이라면 단기간 내 환자를 극적으로 줄여 더 이상 약이 필요 없는 세상으로 이끈다. 역병 예방ㆍ퇴치의 책임이 있는 각 나라가 공적 의무감에 치료제ㆍ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익 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나서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미국에서 과학 분야 책을 주로 쓰는 전업작가 토마스 헤이거의 '텐 드럭스'는 약의 역사와 세계, 나아가 사회구조까지 건드린다. '텐 드럭스'는 제목처럼 10가지 약물의 탄생 경위, 이들 약물 덕에 이뤄진 인류의 진화, 거대한 제약산업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아우른다. 이는 눈길을 끄는 주제다. 연구자에서 전업작가로 변신한 이가 써서 그런지 의과학 분야 책치고는 읽기도 편하다.


[최대열의 體讀] 병주고 약주고…몰랐던 진실


20세기 후반 들어 박멸이 공식 선언된 천연두는 인류 최초의 백신을 이끌어냈다. 천연두 증상은 처참했다. 더욱이 높은 치명률로 인류사에서 가장 무서운 감염병으로 꼽힌다. 1977년 소말리아에서 자연적으로 감염된 마지막 환자가 보고됐다. 그리고 이듬해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감염된 이가 숨진 뒤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는 없다.


천연두 하면 으레 에드워드 제너(1749~1823)의 우두법을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가 주목하는 사람은 그보다 수십 년 앞서 천연두 예방법을 연구하고 직접 실행에 옮긴 메리 피어폰트(1689~1762)다. 그는 남편을 따라 지금의 터키 일대에서 지낼 일이 있었다. 그는 현지인들이 일종의 전통의식 이후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걸 직접 확인했다. 현지인들은 경미한 천연두 환자의 상처에서 딱지나 고름을 떼어냈다. 그리고 멀쩡한 사람의 몸에 상처를 냈다. 이어 환자에게서 떼어낸 딱지나 고름을 멀쩡한 사람의 상처에 바르면 그는 며칠 지나 열이 좀 나지만 이내 회복됐다.


훗날 인두법이라 불린 이런 예방법은 과학이 낳은 위대한 산물인 백신의 모태다. 당시만 해도 혈액이나 점액 같은 체액의 균형이 깨져 병에 걸린다고들 믿었다. 피어폰트는 영국 런던으로 돌아온 뒤 천연두가 유행하자 자기 딸에게 직접 인두법을 적용했다. 곧이어 인맥을 통해 왕실에도 전파했다. 물론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1700년대 후반 들어 인두법은 영국 전역에서 인정받았다.


피어폰트는 신약 개발의 근간이 되는 임상시험도 당시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접종법을 처음 가져와 널리 알리려 한 업적은 그가 죽은 뒤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는 시간이 흘러 소젖의 우두 바이러스를 활용한 종두법이라는 좀 더 나은 접종법으로 발전했다. 이도 면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너가 아니라 영국의 한 지역에 사는 소작농과 의사의 실험이 선행된 덕이었다. 저자는 한 과학자의 말마따나 "과학에서 명성은 '아이디어를 최초로 떠올린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납득시킨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최대열의 體讀] 병주고 약주고…몰랐던 진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9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의 3상 임상시험에서 예방률이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화이자 로고와 코로나19 백신.<이미지:연합뉴스>


저자는 스타틴이라는 약이 널리 팔리는 현실도 꼬집는다. 과거에 그는 지역 병원의 의사인 듯한 어떤 이로부터 스타틴 복용을 권고받았다. 저자는 스타틴이 어떻게 개발됐는지, 출시 후 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어떤 시대적 배경이 있는지 따졌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병 발병 위험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자가 몇 달 동안 골똘히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먹지 않겠다'였다. 고(高)콜레스테롤 환자에게는 스타틴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최대열의 體讀] 병주고 약주고…몰랐던 진실 최근 국내 출간된 '텐 드럭스'의 저자 토마스 헤이거<출판사 제공>


저자에 따르면 스타틴이 광범위하게 처방되는 것은 의료진과 제약사가 질병 기준을 대폭 낮춘 탓이다. 이는 물론 잠재 소비자인 환자를 대폭 늘리기 위해서다. 더욱이 완전치 않은 약물이 해결사라도 되는 듯 전면에 등장하면서 진짜 건강을 챙기기 위한 운동이나 금연ㆍ금주, 균형 잡힌 식단 같은 것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저자가 약의 어두운 면만 지목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피임약은 성생활 혁명을 가져옴과 동시에 여성의 기회 범위도 넓혔다. 단클론항체는 암을 불치의 영역에서 치료 가능한 영역으로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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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약이 나와 인류의 건강을 어떻게 개선할지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개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저자의 소신은 뚜렷했다. "신약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공적기금에 기반한 다른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염원하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에 적용돼야 할 말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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