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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능글능글 '밉상'…어, 왜 잘 어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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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굴' 강동구役 이제훈
차분한 이미지 던지고 사실상 첫 코미디 연기
"예측할 수 없는 관객의 웃음, 묘한 쾌감 불러"

[라임라이트]능글능글 '밉상'…어, 왜 잘 어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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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굴'의 강동구는 건들건들하고 능글맞다. 감쪽같이 유물을 빼돌리는 도굴꾼이다. 성격이 담대해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조직 폭력배들에게 둘러싸여도 소파에 기대어 앉아 껌을 줄깃줄깃 씹는다. 나긋나긋한 손길로 불상을 꺼내 보이며 생긋 웃는다. 폭력배 보스는 어이없는 듯 웃음을 피식 흘린다.


"어디에서 난 거야?" "마트에서 샀어요." "얼마면 정을 떼겠니? 부처님이랑." "부부처럼 워낙 정이 깊게 들어서" "부부가 정 떼는 방법이 사별도 있지 않겠니?" "아, 사별! 그 생각을 못 했네."


강동구는 짐짓 놀라는 체한다. 눈치를 살피다 조직 폭력배가 방심한 틈에 도망간다. 골목으로 내빼는 얼굴은 그다지 다급하지 않다. 오히려 경쾌하고 발랄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 이제훈이 사실상 처음 보이는 코미디 연기다.


'도굴'은 케이퍼 무비(Caper movie)지만 치밀한 계획에 근거한 협업을 기대할 수 없다. 황영사 금동불상, 고구려 고분벽화, 서울 선릉 등을 무난하게 공략해 맥이 빠진다. 아슬아슬한 스릴보다 배역들의 매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배우들의 개성이 담긴 연기를 동력 삼아 끝까지 밀어붙인다. 중심에는 이제훈이 있다. 시종일관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단조로운 이야기에 활력이 불어넣는다.


[라임라이트]능글능글 '밉상'…어, 왜 잘 어울리지


강동구는 '오션스 일레븐(2001)'의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범죄의 재구성(2004)'의 최창혁(박신양)과 흡사하다. 놀라운 규모의 도굴 계획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모은다. 존스 박사(조우진), 삽다리(임원희) 등이다. 하나 같이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연기했다. 익숙한 구도에서 이제훈 또한 배역에 뚜렷한 색깔을 입힌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과 '박열(2017)'에서 보인 과장된 표현을 확대해 경쾌한 리듬감을 조성한다. 수다스럽게 입방정을 떨다 약삭빠르게 빠져나가는 사기꾼의 전형적인 얼굴을 그리며 관객과 애증 관계를 형성한다. 극을 지배하는 것이다.


-떠죽떠죽 잘난 체하는 강동구를 아주 얄밉게 표현했던데….

▲내가 봐도 곁뺨을 때려주고 싶을 만큼 시건방지더라. 낚시터에서 조직 폭력배 두목 광철(이성욱)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납득이 갔다. 익사할 위기에서도 쉴새 없이 떠들지 않나. 그걸 표현하면서 '안 맞을 수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영화에서 절반 이상이 밉살스럽고 짓궂은 장면이다. 이를 극대화하면서 연민까지 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유쾌한 톤만 유지하면 충분히 매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믿었다.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미 유발에 집중했다. 그런 장면들이 주를 이뤄 자칫 지루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긴 했다. 관객과 밀고 당긴다는 마음으로 호흡을 조절했던 것 같다.


[라임라이트]능글능글 '밉상'…어, 왜 잘 어울리지


-촬영장에서 매번 들뜬 얼굴과 목소리를 연기하기가 어렵지 않았나?

▲몸 상태가 하루하루 다르다 보니 몇 차례 힘든 순간이 있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목소리 톤을 높이거나 미소를 보인 적은 없다. 시나리오 흐름이 일관되고 대사와 지문이 흥미로워서 강동구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그렇게 연기하다 보면 오히려 좋은 기운을 받고 돌아갈 때가 있다.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되는 기분을 느꼈다.


-실제로 이전보다 유쾌해진 듯하다.

▲주위에서도 그렇다고 하더라. 즐거운 영화를 촬영하다 보니 흥겨운 분위기와 에너지에 사로잡힌 것 같다. 말도 조금 많아지고(웃음). 촬영장에서 분위기를 자주 띄우다 보니 리더십까지 생긴 듯하다.


-함께 호흡을 맞춘 조우진과 임원희는 개성이 뚜렷한 배우들이다. 촬영 전 어떤 연기를 주고받을지 예상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미 코미디 연기를 검증받은 선배들이지 않나. 단순하게 생각했다. 대화 신 등에서 독특한 표현이 부각될 수 있도록 리액션에 초점을 두자고. 수동적으로 연기해도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더라. 굳이 무언가를 첨가할 필요가 없었다. 자연스러운 반응만으로도 좋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라임라이트]능글능글 '밉상'…어, 왜 잘 어울리지


-강동구에게는 도굴해야 할 숨겨진 목적이 있다. 전체 판을 뒤집을 만큼 중요한 동기인데, 일관된 코미디 흐름 속에 묻히는 감이 없잖아 있다. 절정에서 긴박감이 낮게 나타나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진지한 얼굴을 그려낼 여지가 많지 않았다. 과거 몇몇 장면이 극 중반에 삽입되는 정도다. 조금 걱정됐지만 연장선상에서 다뤄지기가 어렵다고 봤다. 강동구는 목표의식이 뚜렷한 인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혼란스러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 약점을 노출한다면 유쾌하고 빠른 흐름이 깨질 수도 있다. 아쉬움이 남지만, 오락영화에 더 부합하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강동구의 진짜 얼굴을 구분하는 데 혼란이 생길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궁금증을 갖고 관람하시길 바랐다.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나눌 수 없는 모호함이 또 다른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관객을 속인다는 인상만큼은 주지 않으려고 했다.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는 격언을 실감할 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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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다. 극장에서 관객 반응을 살피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연기하면서 조금도 감흥을 느끼지 못한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을 때는 묘한 기분까지 들더라. 예측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조금도 심각하지 않은 유쾌한 영화다. 즐거운 마음을 나누고 싶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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