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 좌표찍기 이어…평검사들까지 공개 비판
국민의힘 "개혁 대상은 검찰 아닌 추 장관" 비판
전문가 "민주당 열혈지지층 자기 세력화하려는 의도"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검찰 내부에서는 이에 반발하는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추 장관의 이른바 '좌표 찍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추 장관은 자신의 출근길을 취재하러 자택 앞에서 대기 중인 기자의 얼굴과 소속 등을 공개해 소위 '언론인 좌표 찍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검찰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취지로 하는 '검찰개혁'이 장관의 좌표찍기 공격으로 인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추 장관 행위로 인해 이른바 친문(親文) 세력이 집결하는 효과가 있고, 또 이를 의도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추 장관을 비판하는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작성한 글로, 이 검사는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추 장관은 즉각 반응했다. 추 장관은 다음날(2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검사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면 개혁만이 답이다"라고 공개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며 공격에 가세했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이 나란히 평검사를 상대로 페이스북에 좌표찍기 행위를 벌이자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로 알려진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는 이날 이프로스에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며 이 검사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최 검사는 이어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은 어떤 것이냐"며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갖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의 사법 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고 추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2일 이환우·최재만 두 검사가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는 360개 넘는 댓글이 달렸으며, 총 조회 수는 5만 건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비판에도 추 장관은 지난달 31일에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말이다"라고 잇따라 글을 올리며 검사들의 반발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추 장관의 직격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장관이 검사들을 상대로 지나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취지로 하는 검찰개혁이 장관의 좌표찍기 공격으로 인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에서는 개혁의 대상은 검찰이 아니라 추 장관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일 논평을 내고 "추 장관에 반발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이 오늘로 23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추 장관의 독선에 맞선 검사들의 항거"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조국 전 장관까지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이 합작해 검찰을 협박하고 뭉개는 중"이라며 "정권의 비리를 덮기 위해 검찰 수사보다 사기꾼의 말을 더 신뢰하는 장관, 검찰 개혁 미명으로 권력을 남용해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려는 추 장관이야말로 국민이 느끼는 개혁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들도 추 장관의 공개 저격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직장인 최 모(27) 씨는 "추 장관의 좌표찍기 공격은 사법부도 언론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권력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장관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론이고 검찰이고 찍어 내리려고만 한다. 자신을 향한 비판과 비난에 대판한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30대 회사원 이 모 씨는 "(장관이) 평검사를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틀렸다"면서 "일국의 장관이 저렇게 대놓고 평검사를 비판하면 누가 (그 비판을) 새겨들을 수 있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의 이런 공개 비판은 검사뿐만 아니라 언론을 향해서도 일어난 바 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달 15일 출근길을 취재하러 온 언론사 기자의 얼굴을 페이스북에 찍어 올리며 직격하기도 했다. 이날 추 장관은 "아파트 앞은 사생활 영역이니 촬영 제한을 협조 바란다는 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는데 기자는 그런 것은 모른다고 계속 뻗치기를 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당초 해당 기자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한 채로 페이스북에 올렸으나, 이에 대한 초상권 문제 등 비판이 일자 얼굴 부분을 모자이크한 뒤 다시 올렸다.
또 다음날인 16일에는 한 언론사 사설을 공유하고 "문제 삼은 내용들은 왜곡되거나 근거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돌려드린다. 사사건건 감정적 기사, OO일보 언론으로 계속 남을 수 있나"라고 응수했다.
전문가는 추 장관의 이러한 좌표찍기가 장관 임기가 끝난 후 선거 등 경선을 위해 친문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추 장관이 추후 선거 등 경선을 치르기 위해 현재 민주당 열혈 지지층 또는 친문 세력을 자기 세력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추 장관의 행동이 적절했다곤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은 법무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수사에 대해서는 최대한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추 장관 체제에 들어와서 이런 질서가 흔들리게 됐기 때문에 검사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반발은 정당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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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은 검사에 대한 직속 상관은 아니지만, 검사의 직속 상관인 검찰총장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관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 위치에 있는 장관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남발하고 있고, 심지어 검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당연히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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