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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 해법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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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매해 증가
2015년 2만3063건→2019년 3만3239건
고령 운전자 면허증 자진반납률 지난해 고작 2.2%
전문가 "고령 운전자 위한 교육 필요"

증가하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 해법없나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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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지난해 6월 80대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역주행 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운전자 A(88)씨는 대전∼통영고속도로 덕유산휴게소에서 서상나들목까지 20여㎞를 역주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휴게소에서 주유를 마치고 진행 방향을 착각해 왔던 길을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밤길이 어두워 휴게소 출구를 헷갈렸다"고 진술했다.


최근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5명 중 1명은 노인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에서 발생해 시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반납률이 낮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고령 운전자들을 위한 교통시스템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 운전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334만 명을 기록했다. 5년 뒤인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중 약 47%인 498만 명이 운전면허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버스·택시·화물차 등 운수종사자 중 65세 이상 비중은 17.4%고, 개인택시는 노인 운전자 비중이 39%나 달한다.


문제는 고령 운전자가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데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특성 분석 및 사고 예방 대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차선 유지를 위한 핸들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많고 신호등 색상 판별에 더 많은 인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고령 운전자들이 사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도 고령 운전자로 인해 6세 아동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70대 남성이 불법 좌회전을 하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피해 승용차는 충돌 후 초등학교 앞 보행로까지 밀려 걸어가던 모녀를 덮쳤다. 이 사고로 6세 아동이 숨지고, 두 운전자는 모두 민식이법이 적용됐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5년 2만3063건에서 지난해 3만3239건으로 4년 사이 144% 급증했다. 고령자가 낸 사고로 부상당하는 인원 역시 2015년 3만3787명에서 2019년 4만8223명으로 5년간 매년 증가했다.


증가하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 해법없나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에서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면허 자진 반납신청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와 정부에서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등 자진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면허 반납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경찰청 분석 결과 지난해 전국 65세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333만7000여 명이었으나, 면허증을 반납한 운전자는 7만3221명으로 반납률은 2.2%에 불과했다. 고령 운전자 100명 중 2명 정도만 면허증을 반납한 셈이다.


일부 시민들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만큼 안전 대책 또한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전면허 발급이나 갱신 시 연령 관련 기준을 좀 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B(27)씨는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어르신들이 택시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며 "그럴 때마다 아무래도 불안하긴 하다. 젊은층에 비해 반응 속도가 좀 더 느릴 것 같아서 타면서도 조금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령 운전자의 경우 연령에 따라 운전면허 갱신을 단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예를 들어 80대 이상 노인이면 1년에 한 번씩 면허증을 갱신한다든가 하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사고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3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강습 예비검사를 의무화했다. 7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인지기능의 저하로 인한 사고로 의심되는 운전행위로 적발되는 경우 인지기능검사를 받고 개별상담 및 실차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미국은 고령 운전자의 경우 최소 1년에서 최대 6년을 주기로 적성검사와 함께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해야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인지검사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운전면허를 재취득하게 하거나 별도의 운전 능력을 시험한다.


전문가는 고령 운전자들을 위한 교통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은 '고위험군 운전자의 주요사고 원인 분석 연구'에서 "향후 한국사회의 고령자 교통안전 정책이 교통약자의 보호 측면에서 교통약자의 환경적응력 증진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 운전자들에게 운전이란 편리성과 경제성의 측면을 넘어 살아있는 인간으로서의 자립감과 독립성을 고취하고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하는 주요 요소"라며 "고령 운전자의 기능 수준에 맞는 도로환경을 구성하고 이들의 기능 저하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차량 기술이 발전하고 개개인의 적응력 향상을 위해 적절한 정보와 교육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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