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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의 7전8기]구조조정,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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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의 7전8기]구조조정,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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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것은 오래 전이다. 하지만 상당 기간 법원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은 법전 속에서만 존재했다고 할 정도로 그 역할이 크지 못했다. 관치금융의 그림자 탓도 있지만, 법원으로서도 경험이나 전문성 부족으로 준비를 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법원은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경험을 축적했고 점차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법원의 역할은 시대와 경제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이 시행되기 전, 이른바 회사정리법 시절에는 법원이 전권을 가지고 기업을 관리 감독하면서 기업구조조정을 했다. 1997년 IMF 이후 시절이 그랬다. 그래서 당시 법원에서 하는 기업구조조정을 '법정관리'라고 불렀다. 기업이 회사정리(지금의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기존경영자를 배제한 채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해 기업을 경영하도록 했다. 기존경영자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 관여할 수가 없었다. 이로 인해 기업에 대한 회사정리사건도 적었고, 법원의 기업구조조정에서의 역할도 미미한 편이었다. 오히려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일반적이었다.


2006년 4월 1일 채무자회생법 시행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요구가 많았다. 이에 채무자회생법은 기존경영자 관리인제도의 이념을 받아들여 기존경영자에게 기업부실에 대한 중대한 책임이 없는 한 기존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실무적으로는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음으로써 기존경영자가 관리인으로 간주되도록 운영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회생절차를 적극적으로 신청하기에 이르렀고, 법원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경영자의 경영권을 보장해 줬다. 하지만 시행 초기 인수합병의 주도권은 여전히 채권금융기관(은행)이 쥐고 있었다. 부실채권(NPL)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부실채권을 인수한 유동화회사 등은 채권회수에만 관심이 있어 오히려 법원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됐다.


최근 기업구조조정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아래 구조조정이 채권금융기관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시장이 활성화되고,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금융권(은행)의 역할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국내외 대규모의 펀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구조조정 플레이어들이 등장했다.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들의 인수자금 대부분은 사모펀드를 기반으로 조성되고 있다. 이들은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인수합병뿐만 아니라 법원 밖에서의 인수합병도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된 주된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고 있고, 지정감사제도와 표준감사시간제도의 시행으로 회계투명성이 확보됨으로써 기업의 회계정보가 상당히 정확해졌다는 점에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계감사가 부실해 분식회계나 우발부채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법원을 통한 구조조정을 시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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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형태도 사후적 구조조정을 넘어 사전적 구조조정, 나아가 예방적 구조조정이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고, 구조조정의 속도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법원을 통한 사후적 구조조정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조정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행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행정형), 민사조정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사법형), 구조조정전문가가 주도하는 기업구조조정(민간형)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 자본시장 중심으로 구조조정 축이 바뀌고, 구조조정의 시기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법원도 이러한 구조조정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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