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전직 장관 초대 만찬
전직 9명 참석…北특수성 유념·식량지원 등 조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북한이 올해 잇따른 수해와 작황 부진으로 내년 봄부터 심각한 식량 부족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북 식량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17일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이날 오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마련한 전직 통일부 장관 초대 만찬에서 "(북한은) 올해 농사는 사실상 망쳤다고 봐야하고, 내년 봄부터 식량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큰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북한의 식량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식량 지원에 대한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립하면서 지자체들의 대북사업을 승인하는 것도 계속해 나가는 게 북쪽에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번 만찬에서 이인영 장관은 전직 장관 9명 선배들에게 남북관계 교착을 타개할 대북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조명균 장관을 비롯해 손재식·이세기·이홍구·강인덕·임동원·박재규·정세현·홍용표 전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날로 취임 53일이 된 이 장관은 "요즘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문제와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바뀜에 따라 우리가 원치 않는 경우에도 대북정책 기조 역시 그때그때 변해왔다"며 "남과 북이 평화를 선점해 평화공동체를 형성한다면 동북아에서 평화경쟁으로 확대돼 한반도 분단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도 적대적 관계에서 비적대적 관계로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는 단 한 순간도 쉬운 적이 없었다"면서 "저 역시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작은 접근을 통해 협력의 공간들을 확대하려는 단단한 마음으로 임해왔다"라며 조언을 구했다.
이에 노태우 정부 시절 초대 통일원 장관이었던 이홍구 전 총리가 먼저 마이크를 켜고 "통일부 장관은 본인이 어떻게 하는 것보다 국내외 정세에 의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정세나 미국의 대선 등을 변수로 꼽으며 "여러 변수가 국제적으로 또는 한반도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으니, 통일정책을 일관성 있게 잘 끌고 가 달라"고 당부했다.
전두환 정부 때 국토통일원을 이끌었던 손재식 전 장관은 "대북 협상에서 특히 유의할 것은 북한은 통일 전의 동독과 크게 다르다는 점"이라며 "동독은 구서독을 침범한 일도, 핵을 개발한 일도, 부자 세습체제를 구축한 일도 없고 기본조약을 파기하지도 않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 전 장관이 "민주평화통일과 통일부의 성공을 위해서"라고 건배사를 선창하자 참석자들은 "위하여"라고 화답하며 이 장관을 응원했다.
직전 김연철 전 장관은 이날 만찬에 불참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일정이 맞지 않아 오늘 간담회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조만간 이 장관과 따로 만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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