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시인 바이런 딸 에이다 러브레이스
어려서부터 어머니 지도 하 수학·과학 교육 몰두
최초의 기계식 계산기 '차분기관' 연구
세계 최초 소프트웨어인 '명령어' 고안해 논문 출간
160년 뒤 컴퓨터 모습 정확히 예언하기도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세계 최초의 컴퓨터는 1943년 제작된 영국의 '콜로서스'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암호를 해석하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성능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으면 단순히 거대한 기계에 불과합니다. 콜로서스 또한 독일제 암호전신기 신호를 해독할 수 있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통해 작동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누구일까요? 누가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고안했을까요?
놀랍게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최초의 컴퓨터보다 무려 128년이나 일찍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1815년 12월10일, 영국 런던에서 출생한 수학자 에이다 러브레이스입니다.
에이다는 영국에서 천재 낭만파 시인으로 추앙받는 조지 고든 바이런 남작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유년기는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바이런은 아내인 앤 이사벨라가 자신의 작위를 이어 줄 남자아이를 낳아주길 바랐지만, 딸이 태어나자 큰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에이다가 탄생한 지 1년 뒤인 1816년 이사벨라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딸과 함께 친정으로 쫓아냈지요.
상심이 컸던 이사벨라는 딸 에이다가 바이런의 '시인 기질'을 이어받지는 않았을까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에이다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쳤는데, 이 때문에 에이다는 수학에 조예가 깊은 여성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에이다가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833년 6월5일, 수학자 겸 기계공학자 찰스 배비지를 만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배비지는 '차분기관'이라 불리는 기계식 계산기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 계산기는 다항함수를 자동으로 계산할 목적으로 고안됐습니다.
19세기에는 복잡한 계산을 대신 수행할 기계가 아예 없었습니다. 따라서 '계산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계산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배비지는 여러 개의 수를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는 기계 장치를 통해 수학 연구의 '인간적 오류'를 없애려 했던 셈입니다.
차분기관은 아직 전기가 보편화하지 않은 시대의 기계장치입니다. 대신 사람이 직접 핸들을 돌리면, 기계 안에 탑재된 무수한 기어와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계산 결과를 인쇄하는 방식입니다. 데이터 저장은 작은 종이 카드인 '천공 카드'로 대신합니다. 천공 카드에는 구멍이 뚫릴 위치인 '천공'이 표시돼 있는데, 이 천공 구멍 유무가 현대 컴퓨터의 0과 1, 즉 비트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에이다는 배비지와 함께 차분기관 설계와 작동 방식 연구를 공동 작업했습니다. 특히 에이다는 차분기관의 설계도만을 보고도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론해냈고, 이를 바탕으로 기계가 특정한 식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하는 '명령문' 예시를 개발했습니다. 이 명령문은 1843년 영국 유명 저널 사이언티픽 메모아즈에도 실렸습니다.
에이다가 창조한 명령문이 바로 세계 최초의 알고리즘, 즉 소프트웨어입니다.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인 이유이지요. 또 에이다는 오늘날 프로그래밍 언어의 필수적인 루프문, 조건문, 서브루틴 등 프로그램 제어문 개념도 최초로 고안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에이다는 같은 해 출간한 차분기관 해설서에서 "차분기관이 크게 발전하면 곡을 연주하거나, 복잡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과학에 이용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약 160년 이후 컴퓨터의 탄생을 미리 예견한 셈입니다.
다만 에이다는 자신의 지식과 열성을 바친 차분기관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끝내 볼 수 없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그는 1852년 11월27일, 36세의 젊은 나이에 런던 자택에서 자궁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차분기관 연구는 이후로도 계속됐지만, 결국 현실화하지 못했습니다. 에이다가 숨을 거둔 뒤 5년이 지난 1855년 배비지의 설계에 영향을 받은 차분기관 몇 대가 제작되긴 했지만, 당시 기계공학의 한계로 복잡한 계산기보다는 단순한 인쇄기에 가까웠습니다.
진짜 차분기관이 만들어진 것은 에이다 사후 1세기가 훨씬 지난 1991년입니다. 당시 런던 과학박물관은 배비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배비지의 설계 원안을 그대로 따라 해 차분기관 2호를 만들었고, 실제 작동에 성공했습니다.
비록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구현한 에이다의 공적은 시대적 한계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지만, 그의 업적은 현재까지 전 세계 컴퓨터 공학계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977년 미 국방부에서 개발된 컴퓨터 언어 '에이다'는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름을 땄습니다. 에이다는 지금도 미 공군 전투기의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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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에는 여성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교육해 미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육성하는 '에이다 개발자 아카데미'가 미국 시애틀시에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에이다 아카데미는 한 해 수백명의 여성들에게 프로그래밍 교육을 지원한 뒤, 이들을 고연봉 컴퓨터 공학 직업과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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