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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 日이 美에 충성하고, 中이 美에 도전하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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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국제 질서의 중요한 퍼즐조각 '석유'

아시아경제신문은 격주로 금요일 자에 국제 석유 질서의 변화와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진단하는 '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2008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유럽ㆍ아프리카사업본부, 비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런던 코번트리대의 석유ㆍ가스 MBA 과정을 밟았습니다. 지난해 석유의 현대사를 담은 베스트셀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를 펴냈습니다.


[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 日이 美에 충성하고, 中이 美에 도전하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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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경제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꼽는다면 '국부론'의 저자이자 고전 경제학의 시조인 애덤 스미스를 들 수 있다. 그는 1776년에 낸 국부론에서 '부의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고자 했다. 많은 사람이 국부론을 떠올리면 보이지 않는 손과 시장의 원리를 생각하지만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단 한 번 등장할 뿐이다.


그가 시장 기능보다 깊게 고민한 것은 '부의 원천과 부의 본질'이었다. 국부론의 원제는 그의 의도를 분명히 알려주는데, 원제는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다. 그는 국부론에서 국부의 원천은 '노동'이고, 부의 증진은 분업 등을 통한 '노동 생산성 개선'에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국부를 국민의 노동으로 매년 공급되는 모든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오늘날 가장 기본적 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지표와 통한다.


특정 사상과 문화는 그 시대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국부는 생필품과 편의품의 총합이라고 본 것은 당시 영국 사회의 변화 때문이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도시와 상공업이 급격히 발전해 다양한 상품과 노동 형태가 나타났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다시 쓴다면…부의 원천은 '에너지'

만약 애덤 스미스가 상공업이 발달하기 전에 국부론을 썼다면 부의 원천을 토지로 봤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영주의 소작농이 돼 노동력의 대부분을 농업에 투입하던 시기에 가장 중요한 부의 원천은 토지였고, 가장 중요한 생산물은 식량이었다. 실제로 국부론이 나오기 직전 18세기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케네 등이 주장한 중농주의가 경제 사상을 주도했다.


만약 애덤 스미스가 현대를 살면서 국부의 원천과 성질을 고찰한다면 무엇이라고 쓸까? 18세기 후반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하고 있을 즈음 제임스 와트에 의해 증기기관이 개량되며 산업혁명의 서막이 열린다. 국부론이 출간된 이후 영국은 말 그대로 혁명적인 변화를 맞는다. 인간의 노동이 상당 부분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기계를 돌리는 힘의 원천은 19세기까지 석탄이었고, 20세기 이후에는 석유로 전환된다.


애덤 스미스가 오늘날 국부론을 집필한다면 부의 원천은 석탄 혹은 석유와 같은 에너지이고, 부의 증진은 에너지원의 확보와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서 이뤄진다고 쓸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에너지는 우리가 창출하는 부의 근원이자 경제 활동의 기반이다. 에너지를 통해 모든 재화가 생산되고 운송된다. 교통과 통신, 보건과 여가 등 인류의 모든 활동이 에너지에 기대고 있다.


[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 日이 美에 충성하고, 中이 美에 도전하는 속내는 ▲ 최지웅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저자,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근무


'리커창 지수'라는 것이 있다. 시진핑 주석 다음가는 중국의 실력자인 리커창 총리가 중국 GDP 통계를 신뢰할 수 없어 대안으로 참고한다는 3개 지표를 이르는 말이다. 그는 전력 소비량, 철도 운송량, 은행 대출 증가율로 경제 현황이나 성장률을 파악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가 총리가 되기 전의 발언이다.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생산 집단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취합하는 과정에서 오류는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단순한 에너지(전력) 소비량을 경제 성장의 중요한 척도로 삼은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부와 에너지의 관계가 밀접함을 반영한다. 철도 운송량도 에너지 사용량과 비례 관계가 있고, 은행 대출 증가 역시 에너지 사용을 늘리면서 생산 활동을 증가시킨다.


미국, 중동에서 영향력 유지하며 '21세기 최대 산유국' 복귀

오늘날 부의 원천은 에너지이고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단연 석유다. 석유는 20세기 내내 주요 에너지원이었다. 석유가 사용되기 전에는 석탄이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해 석탄이라는 에너지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이후의 변화였다.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에너지원의 혁신이었다. 증기기관을 통해 석탄의 화력을 운동에너지로 손쉽게 전환하면서 과거를 압도하는 생산성의 진보를 이룬 것이다.


18세기 석탄이 풍부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하면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으로 도약했다. 이후 영국이 쇠락하고, 미국이 20세기 초반에 강국으로 부상한 것도 에너지원의 혁신 때문이다. 20세기에 이르러 미국이 압도적인 석유 생산량과 선도적 활용으로 산업화를 이룬다.


20세기 전반기에 미국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의 산유국이었다. 이는 전례없는 생산성 향상과 공급량 증대에 기여했다. 당시 유효 수요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생산량이 급증한 것은 1920년대 대공황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후 20세기 후반 미국은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에 최대 산유국 자리를 내주었지만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며 석유 자원을 자국의 영향력하에 두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리고 21세기에는 셰일 혁명으로 다시 최대 산유국에 복귀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남중국해 장악'이 세계 지배 권력

부의 원천에 대한 애덤 스미스적인 고찰은 오늘날에도 중요하다. 부의 원천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의 성질을 고민하는 것은 오늘날의 부와 정치를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학자 노암 촘스키는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고 일본의 충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이 중동 산유국을 장악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ㆍ중의 남중국해 분쟁을 이해할 수 있다. 남중국해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이 에너지가 드나드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 길목에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석유 수입국이 의존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면 아시아의 수입국은 미국이 아닌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석유라는 자원은 부의 원천으로서 복잡한 국제 관계의 중요한 퍼즐 조각처럼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진정한 선진 강국이 되는 것은 외부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독자적으로 안보를 지켜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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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부의 원천인 석유와 가스 자원을 거의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서 국제정세와 석유 수출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상황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상쇄한다는 차원에서 독자적인 에너지 자원 개발 역량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 5위의 원유 수입 대국이다. 에너지 공급의 불확실성이 어느 나라보다도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과 계획이 필요하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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