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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巨與의 친일파 파묘 여론전, 괜찮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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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여러분들이 돌아가신 다음에 원수가 바로 옆에서 귀신이 돼서 논다고 하면 그거 있을 수 있겠어요?"


75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훈법ㆍ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나온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역사와 정의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 인사들을 강제 이장하겠다는 여당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여당은 친일파 인사들을 국립묘지에서 들어내기 위한 법안들을 잇따라 발의중이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 행위자 등을 국립현충원 등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당 권칠승 의원도 지난 11일 같은 취지의 법을 발의했다.


"일제에 대항해 싸운 민족주의자와 일제에 부역한 반민족주의자가 모두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인물로 추앙받는 무원칙과 혼돈을 더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이수진 민주당 의원)라는 게 여당의 논리다.


정치권이, 특히 176석의 거대 여당이 주도해 이런 식으로 여론전에 나서는 것이 과연 옳은가는 한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해당 법안들이 통과되면 국립묘지에서 파묘될 대상자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 고(故) 백선엽 전 장군, 나아가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적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든 인간에게는 공도 있고, 과도 있다. 둘 중 무엇이 높은지 수치로 나타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고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의 자체적 평가는 자유이나, 자신들이 세운 공과의 평가 기준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사람들이 무엇을 '목적'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에게 납득되지 못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이 '목적'을 언급할 만큼 그 시기도 참 공교롭다. 최근 여당은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적 혼란은 가중되고 집중폭우로 인한 수해로 민심이 흉흉하다.



정치권이 지지를 얻는 데 가장 효율적이고 쉬운 수단은 이념을 활용한 '갈라치기'다. 과거 보수당이 북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고, 진보당이 '친일 프레임'으로 맞서 왔던 전례를 돌이켜보자. 여당이 민생 대신 이념 대립의 정쟁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당이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파묘법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 받기 위해선 조금 더 야당과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기자수첩] 巨與의 친일파 파묘 여론전, 괜찮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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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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