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내일부터 특별전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필리뷔트 양식기' 등 400여 점 전시
일본서 제작된 서양 수출용 화병도 다량 공개
“프랑스의 예술작품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이처럼 아름다운 것은 처음 본다.” 조선 고종(재위 1863~1907)이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재임 1876~1894)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한 말이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 예술작품은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 프랑스 세브르 도자기제작소에서 1878년 제작한 명품이다. 카르노 대통령이 1888년 수교 2주년을 맞아 선물했다. 개항 뒤 서양 수교국으로부터 처음 선물을 받은 고종은 답례로 12~13세기 고려청자 두 점과 반화(盤花·금속제 화분에 금칠한 나무를 세우고, 각종 보석으로 꽃과 잎을 표현한 장식품) 한 쌍을 건넸다. 양국 정상이 ‘도자기 외교’를 펼친 셈이다.
고종이 감탄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오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하는 특별전 ‘신 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에서다. 개항 전후 조선왕실의 도자기 변화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전시다. 필리뷔트(Pillivuyt) 양식기 한 벌,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등 근대 서양식 도자기 약 마흔 점을 비롯해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제 서양식 도자기 약 310건 400점을 보인다. 박물관 측은 “개항 뒤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했던 조선의 의지를 도자기를 통해 조명한다”고 했다.
조선은 1876년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면서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등 유리 등갓이 대표적인 예. 1887년 전기를 도입하면서 궁중 실내외에 설치됐다. 조선은 그 빛 아래에서 서양식 연회를 개최해 각국 외교관들과 교류하며 국제정보를 입수했다. 박물관 측은 당시 창덕궁 대조전 권역에 있던 서양식 주방을 조성하고, ‘철제 제과틀’·‘사모바르’ 등 각종 조리용 유물을 진열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식기는 이화문(李花文)이 찍힌 프랑스 필리뷔트(Pillivuyt) 양식기. 조선에서 주문 제작한 도자기로, 푸아그라 파테·안심 송로버섯구이·꿩가슴살 포도 요리 등 정통 프랑스식이 담긴다.
지금 뜨는 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만국박람회를 통해 세계 자기 문화의 주류로 부상한 자포니즘(Japonism·19세기 중반 서양에서 나타난 일본 문화 선호 현상) 화병과 중국 페라나칸(Peranakan·19세기 후반 말레이반도, 싱가포르 등지에 산 중국 무역상의 후손) 법랑 화병도 만날 수 있다. 고란샤(香蘭社)·긴코잔(錦光山) 등 공장제 도자기 회사에서 만들어진 화병들로, 새·꽃·용 등 다양한 소재와 금채(金彩)로 화려하게 장식됐다. 박물관 측은 “일본 아리타, 교토, 나고야 등에서 제작돼 유행한 서양 수출용 화병이 국내에 다량 현존한다는 사실은 국내외에 처음 공개된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