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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조사만 잘했어도..." 故 최숙현 선수 사건 뒷북대처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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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수 피해사실 신고...조사관 "증거 필요" 반복
시민단체 "선수들 인권보호 못해...비판받아 마땅"
전문가 "안일한 대처가 체육계 내 폭행 문제를 키워"

"그때 조사만 잘했어도..." 故 최숙현 선수 사건 뒷북대처 책임론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 선수의 2016년 증명사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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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팀 내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한철인3종협회, 경주시체육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연이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뒷북대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기관은 최 선수의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 선수 사건을 비롯해 스포츠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언·폭행 등 인권침해 문제는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온 만큼 대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기관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신고나 진정을 받는 기관, 단체 등이 폭행·폭언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피해자 구제보다 사건을 무마하려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경주시체육회는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를 성추행과 폭행 등의 혐의로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발했다.


이날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트라이애슬론 전·현직 선수 27명 중 15명 이상을 상대로 가혹행위 등에 대한 피해 진술을 확보하고 2명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7일 대통령에게 더욱 근본적인 국가적 책무를 강조하는 권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현재 체육인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보호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개선사항도 보완해 세부 권고의 주문으로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철인3종협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최 선수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핵심 선배 선수에게 영구 제명의 중징계를 내렸다.


앞서 최 선수는 숨지기 전인 지난 3월5일 "훈련 중 가혹행위가 이어졌다"며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의 김 감독과 운동처방사 안 씨, 선배 선수를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또 최 선수는 인권위, 체육회 등에 여러 차례 호소했으나, 최 선수의 말을 제대로 들어준 곳이 없었다.


또한, 경찰에도 폭행 사실을 알렸지만, 경찰은 가해자들이 부인한다는 이유를 들며 미온적인 수사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조사만 잘했어도..." 故 최숙현 선수 사건 뒷북대처 책임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선배 선수들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관한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결국, 5곳의 기관에 6번의 진정을 하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최 선수는 좌절했다. 이는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 조사관과 한 통화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YTN에 따르면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인 지난달 25일 훈련을 마친 뒤 대한체육회 조사관과 대화를 나눴다.


해당 통화에서 최 선수는 "저희한테도 항상 비행기 값이라고 하고 돈을 걷어갔지, 훈련비로 쓸 거라는 말을 한 적도 없었다"라면서 "알고 보니까 (경주)시청에서 비행기 값을 다 대줬다"고 알렸다.


조사관이 "반박할 증거가 있다면 그걸 보내 달라"고 요청하자, 최 선수는 "그런 게(반박할 증거) 없다, 지금 저희한테"라고 답했다.


조사관은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 회에 걸쳐서 얼마를 입금한 것을 정리해달라", "비행기 값이라고 보내준 부분에 대해 추가 자료가 있으면 보내라" 등의 요청을 했다. 최 선수는 폭행, 폭언, 횡령 등 사실을 신고했지만, 신고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답변에 낙담했다.


특히 인권위는 지난해 1월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출범시키며 체육계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스포츠계 병폐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특조단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스포츠 분야 폭력·성폭력 등 인권침해와 관련 인권위에 접수된 온·오프라인 신고는 127건에 달했지만, 권고는 실태조사 11건, 진정사건 14건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단체 등은 이들 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중 한 곳이라도 조사를 진행했더라면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체육시민연대, 스포츠인권연구소 등 35개 시민단체는 전날(8일) 공동성명을 내고 "인권위가 특조단을 구성했지만, 최 선수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며 "국가인권옹호기관이자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있는 국가기관으로서 선수들의 인권보호를 최선으로 여겨야 함에도 안이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의 권고 지연은 절실하게 조사와 피해구제, 책임자처벌을 기대했던 스포츠선수들의 간절한 바람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때 조사만 잘했어도..." 故 최숙현 선수 사건 뒷북대처 책임론 사진=연합뉴스


인권위가 지난해 공개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속팀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 '아무런 행동을 못 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45%에 달했다.


이외에도 도움을 요청한 선수는 3.7%, 21명이었으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47.6%)에 육박했다. 특조단을 운영했음에도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한 것이다.


전문가는 관련 기관들의 안일한 대처가 체육계 내 폭행 문제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일상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최숙현법'을 추진 중인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관련 기관이 최 선수에 도움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체육계 내에서도 (피해자가)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문제가 생길까 자기들끼리 보호하고,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점이 잘못됐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구제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포츠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8일) 선수 폭행 문제 해결을 위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내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 징계정보시스템에 징계절차가 중단된 사건 자료까지 포함하도록 하고, 문체부 장관의 현장 점검 및 지도·감독 의무를 강화했다.


앞서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한 숙소에서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는 올해 4월 경주시청의 감독과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신고했지만, 대한체육회·대한철인3종경기협회·경북체육회 등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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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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