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방문
내일 최태원 SK그룹회장 만나
미래 모빌리티 사업 '큰 그림'
테슬라 독주하는 전기차 시장
배터리 수급이 최대 경쟁력
'4대그룹 배터리 동맹' 시너지로
전기차 주도권 확보 밑그림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우수연 기자]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한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6월 구광모 LG그룹 부회장, 이달에는 마지막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회동하며 급성장하는 전기차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은 이르면 7일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에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 공장에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이 갖춰져 있으며 현대차가 내년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 NE에는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재벌가의 후계자로 어릴 때부터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사이인 만큼 이번 만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총수가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력 방안 모색과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 사업 분야에서 단순한 개별 기업을 뛰어넘은 국가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 정의선이 구상하는 차세대 전기차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되는 차세대 전기차 NE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활용한 첫 번째 양산차다. 73kWh 배터리의 항속형 차량은 주행거리가 450㎞에 달하며 초고속 충전소를 이용하면 충전 시간이 15분에 불과하다. 그동안 전기차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던 충전 시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1차 발주 물량은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며 2차 물량은LG화학이 가져갔다. 1차 물량만 5년간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공급 물량이 필요하며 그만큼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고객사로서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한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대, 수소전기차 11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 톱3에 도약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으며 같은 기간 기아차는 11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점유율 6.6%를 달성할 계획이다.
'2025년 전동화 플랜'을 달성하기 위해 우선 현대차는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번째 전기차 NE를 출시하고 제네시스 전용 전기차도 국내시장에 선보인다. 기아차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코드42'와 협업해 만든 전기차 전용모델 CV를 내년 출시하고 2022년부터는 모든 신차에 전기차 라인업을 투입한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주목하는 해외시장은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차시장이 급성장하는 유럽이다. 현대차는 친환경차와 고성능차 위주로 유럽시장을 공략하며 기아차는 유럽을 포함한 선진시장의 순수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25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방대한 물량의 수출ㆍ내수용 배터리 수요가 발생하며 현대기아차의 공급사 선정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업체의 시장점유율 순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독주 견제할 4대 그룹 역할론 주목= 글로벌 전기차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4대 그룹 총수들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격변의 시기에 총수들의 의지와 협력이 미래차 및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과거 아이폰이 국내 첫 진출을 시도하던 2009년 국내 통신시장의 과반인 SK텔레콤이 아이폰 국내 출시 시기를 2년여 정도 늦추며 삼성전자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이후 스마트폰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가속을 붙인 삼성전자가 순식간에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최강자로 자리 잡은 것처럼 국내 기업 간의 긴밀한 협조가 미래 전기차 시장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배터리 수급이 곧 완성차 업계의 최대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대 그룹 총수들의 '의기 투합'만 있다면 현대차라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모빌리티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단 기대감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전 세계 유일무이한 수준인 만큼 4대 그룹이 뭉친다면 전통 내연기관차들을 향후 3년 내 제치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모빌리티 강국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실질적으로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업계의 협력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4대 그룹이 뭉치면 테슬라 독주의 전기차 시대에서 배터리 기술력과 공급력을 동력으로 삼아 독일 명차들을 제치고 글로벌 톱티어로 부상할 수 있단 기대감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경쟁사인 배터리 기업들이 하나로 뭉치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실질적인 협력과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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