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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6년 소송에 결국 포기 "블루오션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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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공동 기획
(1) ICT는 강국, 데이터는 후진국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6년 소송에 결국 포기 "블루오션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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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IC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이 '미래의 석유'인 데이터 경쟁에서는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 사업자들이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빠르게 패권을 차지하는 사이 우리 기업들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데이터 경제'라는 블루오션에서 조금씩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과도한 규제는 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혁신적 가치로 인식하기보다는 여전히 국가 권력의 관리·통제 대상으로만 여기는 시대착오적 발상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 세계가 '미래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도 우리는 켜켜이 규제를 쌓아놓고 '데이터 후진국'을 자처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6년 소송에 결국 포기 "블루오션 놓쳤다"

◆"ICT 강국 맞나?" 혁신 좌초시키는 규제= 18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준에 비해 과도한 법적 규제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이 가로막히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A 제약업체가 환자들의 처방전 정보, 주민등록번호 등을 시계열 분석 목적으로 암호화해 수집하다가 검찰에 기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 초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 삼은 민감정보가 2단계 암호화로 처리돼 개인 식별이 어렵고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A사는 지난 6년간 소송에 시달리느라 지칠 대로 지쳤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개인정보의 개념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고 과도하게 정보 주체 보호 차원에서만 바라봐 빅데이터 활용에 저해가 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랐던 현대자동차, SK텔레콤, 삼성생명 등 주요 기업들이 무더기로 고소된 사례도 있다. 2016년 관계 부처가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 내에서 빅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직후다. 이듬해 기업들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업종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신사업 구상에 나섰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4개 기관과 현대자동차, SK텔레콤, 삼성생명 등 기업 20곳을 개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로 고발하면서 사달이 났다. 결국 올해 3월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이를 계기로 기업들의 데이터 혁신 경영은 한풀 꺾이고 말았다.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이 같은 사례는 오는 8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ㆍ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국회 문턱만 넘으면 '데이터가 물 흐르듯 흐르게 하겠다'던 정부의 공언과 달리 정작 데이터3법의 하위법령이 오히려 데이터 활용을 더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서다.


국내 대형 로펌 관계자는 "데이터3법 시행을 앞두고 유권해석을 묻는 기업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솔직히 현재로선 답변에 어려움이 크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재환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어 본인 동의가 불필요한 가명정보 역시 사용 목적에 엄격히 제한을 두는 등 현재의 개정안은 매우 경직돼 있다"며 "대기업들조차 어려움이 큰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6년 소송에 결국 포기 "블루오션 놓쳤다"

◆"법 취지 어긋나" 비판에도 나몰라라= 데이터3법 시행을 앞두고 가장 논란에 휩싸인 부분은 개보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행정안전부는 시행령이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당초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달 말 예정됐던 고시를 미루고 추가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독소조항으로 꼽힌 시행령 '14조 2항'의 경우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추가 이용ㆍ제공할 때 4가지 요건을 모두 지키도록 한 조항에서 '모두'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안이 유력하다. 또한 '상당한 관련성' '관행에 비춘' 등 일부 모호한 문구를 명확히 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개정안의 큰 틀이 유지되는 한 일부 문구가 수정되더라도 데이터 경제의 가치 창출은 어렵다고 비판한다. 법학자들은 "논의 중인 부분이 반영된다 해도 기업들이 원하는 활용 예시가 나오지 않는다면 근본적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실제 활용 기준을 파악하기 위해 최소 몇 년간 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하는 소모적인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주최한 데이터3법 관련 포럼에서 "8월5일 전까지 기업들의 의문을 해소할 충분한 사례, 예시를 찾기 힘들 것"이라며 "법적 분쟁 시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지도 의문"이라고 답답해했다.


빅데이터 기업을 운영하는 조광현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은 "중소기업, IT기업 대부분이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법안을 시시콜콜하게 다 알지 못한다"며 "절대 해선 안 되는 윤리적 기준, 문제 시 법적장치 등 꼭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원회 측은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8월 법 시행 후 해설서도 발표할 예정"이라며 "업계 혼란을 최소화하는 동시, 개인정보 보호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6년 소송에 결국 포기 "블루오션 놓쳤다"

◆전 세계는 이미 '데이터 경제'에 진입= 우리가 이처럼 허둥대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데이터 경제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매킨지는 2016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제적으로 연결돼 있는 경제가 상대적으로 덜 연결된 경제에 비해 40% 이상 높은 이익을 얻는다고 발표했다.


데이터로 인한 기업 효율성이 1% 높아질 경우 2030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미국 경제 규모의 2배에 달하는 15조달러가 추가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럽연합(EU)은 2025년 데이터 경제의 영향력이 GDP의 6%에 해당하는 1조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미국 내 데이터 관련 일자리 하나가 창출하는 간접일자리가 3개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포스트 코로나' 대책의 일환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하고, 디지털 뉴딜의 상당부분을 빅데이터ㆍ인공지능(AI) 데이터 관련 내용으로 채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가 간 데이터 교역도 급증하는 추세다. 2007년만 해도 상품ㆍ서비스 등 전통적 의미의 국제교역이 전 세계 GDP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나 2014년부터는 40% 아래로 무너졌다. 글로벌 소프트웨어얼라이언스 BSA는 "데이터 주도 경제가 새로운 일자리, 산업, 혁신기술을 창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 미래 경제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미국, 중국 등은 새로운 서비스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정책을 도입해 데이터 활용에 앞서가고 있다"며 "우리도 규제를 해소하고 혁신을 장려하는 데이터 경제 체제를 서둘러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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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명정보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개보법 개정안에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 규제가 담겨있다"면서 "사고 위험을 우려해 자동차 이용의 효용성까지 막아서는 안된다.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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