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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국격에 합당한 남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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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국격에 합당한 남북대화 조영기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초빙교수·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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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품격(品格)이 인격이라면 국가의 품격은 국격(國格)이다. 품격은 표현 또는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 국격 유지는 남북대화와 협상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즉 북한의 무례(無禮)에 우리의 당당함을 잃지 말아야 하지만 북한의 무례에도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의 무례에 굴복하는 순간 대남통일전술에 말려들어 사안을 그르친 경우가 다반사였다.


남북 대화와 협상의 과정을 지켜보면 늘 국격과는 동떨어진 모습들이 재연되곤 했다. 그 과정은 당당함이란 털끝만큼도 없었고 전략부재로 북한 전술에 놀아났다. 특히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폄훼와 무례의 수위가 높아졌지만 정부의 대북 굴종적 태도는 지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폄훼적 언동은 우리 국민에 대한 폄훼라는 점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국격 훼손에 눈을 감았다. 오히려 정부와 집권세력은 굴종적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반(反)민족, 반(反)통일세력으로 매도하고, 북한의 잘못은 한국 탓으로 돌려 북한의 무례를 정당화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런 모습에서 어느 나라 정부인지 집권세력인지 의심스럽다는 불평도 쏟아졌다.


최근 정부의 대북 굴종은 탈북자 단체의 전단 문제로 다시 불거졌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위엄을 크게 훼손시켰다'는 꼬투리로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았다. 김여정의 경고성 담화 직후 불과 4시간 만에 정부는 그의 하명(下命)을 즉각적으로 시행하는 기민함(?)을 보여주었다. 이런 정부의 기민함에 북한은 더욱 공세적이고 노골적 반응을 보였다.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은 "계산할 것이 많은 남조선 당국이 배신적이고 교활한 처사"라면서 정체불명의 채무청구서를 내밀고, "대남 사업을 철저히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강경 노선으로 정부를 협박하고 나섰다. 그리고 "죗값"(?) 운운하면서 우선 지불금 명목으로 남북 핫라인을 차단하면서 추가 도발도 예고했다.


이런 북한의 고압적 태도에 놀란 정부와 집권세력은 '대북전단 금지법 입법' '관련 탈북단체 고발'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자 현행범 체포' 등과 같은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어떻게든 북한 심기를 달래 대화의 끈을 잡아보려는 정부 고충은 이해되지만 또 하나의 대북굴종의 사례를 추가한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달 북한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에 대해 '우발적 총격'이라며 북한을 두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이 보낸 경고는 즉각 수용하면서 우리가 응당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북한이 한국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또한 우리의 무조건적 선의가 북한도 선의로 응답할 것이라는 기능주의 환상도 한몫했다. 교류와 협력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환상은 아직도 유효하다.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기능주의는 멋지고 매혹적 논리에 매몰돼 이질적 체제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외면했다. 이들은 기능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지적 정직성을 포기하고, 정책 입안자들은 이 논리를 정략적 도구로 악용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됐다. 기능주의 30여년의 악순환이 북핵과 한반도평화를 악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30여년 세월이 준 교훈은 기능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라는 것이다. 한편 전단에 대해 북한의 신경질적 반응은 전단이 북한 전역에 자유와 민주의 확산 도구로서의 충실한 역할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구차한 법적 잣대로 대북전단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전단의 순기능을 활용할 방도를 찾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다. 그래야 대북정책 정상화의 토대가 마련되고 국격에 합당한 대북정책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전향적 인식과 결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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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초빙교수·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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