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이익 22% 늘어
코로나19 확산에도 오히려 매출 증가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0년 그룹의 주축인 이마트 성장이 정체되자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섰다. 이마트와 이질감 없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창고형 할인점을 선택한 정 부회장은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서울 대신 인구가 많은 전국 지방 주요 도시에 먼저 출점했다. 정 부회장의 혜안과 결단력에 실적이 화답했다.
트레이더스는 2010년 구성점 개장 이후 7년 만에 매출이 30배 올랐고, 2015년 이후 매년 전년 대비 20.0% 넘게 증가했다. 매출액은 1조원을 넘기는 데 6년이 걸렸지만, 2조원은 3년 만에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트레이더스가 성장할 기회를 맞이했다. 대면 접촉을 피하기 위해 신선식품 등을 대량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대다수 유통업이 마이너스 성장한 1분기에 트레이더스는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14일 이마트에 따르면 트레이더스는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동기대비 21.8%, 22.4% 늘며 외형 성장과 내실 잡기에 성공했다. 이 기간 이마트 전체 영업이익은 34.8% 줄어든 484억원을 기록해 대비된다. 2분기 시작도 좋다. 4월 트레이더스 매출은 222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7% 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마트의 빅마켓이 부진한 실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지 못한 것과 달리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이 주도한 '열린 창고형 매장'이라는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 트레이더스는 연회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2018년까지 15개 점포를 개장했고, 지난해에는 서울 월계점을 포함해 총 3개점을 열어 국내 최다 창고형 매장으로 도약했다.
트레이더스 성장의 일등 공신은 '식품'과 '가격경쟁력'이다. 지난해 트레이더스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4.3%로, 이마트 식품 비중 대비 약 17%가량 높았다. 그 중 신선식품은 트레이더스 전체 판매에서 41%를 차지했다. 올 1분기 식품 매출 비중은 78%로 더 늘었다. 신선식품 매출 비중도 43%로 상승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1분기 트레이더스 전체 상품 중 인기순위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신선식품"이라며 "특히 축산은 전체 매출에서 15%를 차지하며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더스 축산이 주목받는 건 대단량 운영, 유통단계 축소, 사전기획 등 3가지 전략을 통해 내놓은 초저가 상품이기 때문이다. 일반 대형마트 유사 상품 대비 15~20%가량 가격이 저렴하다. 즉석조리 식품의 경우, 매출신장률 37.5%로 트레이더스 식품 중 신장률 1위를 차지했다.
'핫딜' 정책도 있다. 구매 빈도 높은 식품, 생활 밀착형 상품을 20~30% 저렴하게 판매한다. 라면, 만두, 고추장, 세제 등 생필품 위주로 지난 2월 20여 종류를 출시했다. 올해 말까지 100여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카드로 월 단위로 일정금액을 결제하면 추가 할인해주는 구독 서비스도 실적 개선에 한몫하고 있다. 3~4월에는 커피, 4~5월에는 피자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삼성카드로 4980원짜리 커피 월 구독권을 구매하면 매일 아메리카노 1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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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상품도 고객의 발길을 이끌었다. 육류 소비 트렌드 반영한 '스테이크 존'을 확대했으며, 프리미엄 숙성육 코너를 신설했다. 호주산 와규는 백화점 평균 가격 대비 40~50% 저렴하다. 2kg 이상 대광어로만 쓰는 활 광어회, 에어프라이어 등 독점 상품도 제공한다. 캐나다구스, 라코스테 피케셔츠 등 병행수입 상품도 국내 판매가격보다 20~30% 저렴하다. 이마트는 오는 2030년까지 트레이더스 매장을 50개까지 늘려 연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 아래 전용 물류 및 육류 센터 등 창고형 매장 특화 인프라를 구축중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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