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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매출 1%를 '지구세'로…자연에 순응하는 기업 '파타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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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매출 1%를 '지구세'로…자연에 순응하는 기업 '파타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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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해발 811m, 북한산 인수봉. 백운대(837m)에 이어 북한산 제2봉우리다. 하지만 인수봉은 백운대와 달리 일반 등산객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직 암벽등반으로만 오를 수 있다. 인수봉을 오르는 암벽등반 경로 중 '취나드A' '취나드B'라고 불리는 길이 있다. 미국 암벽등반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이본 쉬나드(82)의 이름에서 딴 경로다.


쉬나드는 1960년대 초 주한 미군 부대에서 근무했다. "기초 훈련 후에 나는 버뱅크 출신의 한 여자와 급히 결혼식을 올렸고 곧장 한국으로 파병되었다. (중략) 시간이 많아지자 작업장을 몰래 빠져나가 젊은 한국 등반가들 몇몇과 서울 북쪽의 매끈한 화강암 봉우리를 등반하기 시작했다."


쉬나드가 언급한 매끈한 화강암 봉우리가 인수봉이다. 그는 타고난 산악가였다. "1964년 나는 기적적으로 명예제대를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바로 요세미티 계곡으로 향했다."


파타고니아는 쉬나드가 1973년 설립한 미국의 아웃도어 기업이다.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최남단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 지대를 가리키는 지명이기도 하다. 바람이 매우 거센 지역이다. 최대 풍속이 종종 60m/s를 넘기도 한다. 쉬나드는 이 거센 자연의 힘 앞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다.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원제: Let my people go surfing)'은 삶의 철학을 경영에 적용한 쉬나드의 경영 안내서다. 그는 파타고니아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다. 쉬나드는 15년간 공들여 책을 써 2005년 출간했다. 2016년 미국에서 개정 증보판이 출간돼 라이팅하우스가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했다.


책은 크게 역사와 철학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체 분량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역사는 쉬나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것이다. 곧 파타고니아의 역사다. 철학에서는 자기가 생각하는 기업 경영철학을 제품 디자인, 생산, 유통, 마케팅, 재무, 인사, 경영, 환경의 여덟 갈래로 나눠 설명한다.


쉬나드는 1938년 미국 메인주 리스본에서 태어나 1946년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 전까지 메인주에서 살았다. 메인주는 미국 최북동부에 자리 잡은 시골이다. 쉬나드는 걸음마와 함께 등반을 배웠다. 여섯 살 때 형을 따라 간 낚시의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스스로 기적적으로 군대를 제대했다고 밝혔듯 학창 시절에는 문제가 많았다. 수업에는 흥미가 없어 반성문 쓰는 것이 일상이었다. 반성문을 빨리 쓰기 위해 연필 세 자루를 고무줄로 묶어 쓰는 신공(?)을 부리기도 했다.


쉬나드는 열다섯 살 때 사냥용 매 훈련 클럽에 들었다. 클럽 멤버 중 한 명이 등반가였다. 그때부터 쉬나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암벽을 올랐다.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열아홉 살 때인 1957년부터는 대장간 일을 배웠다. 등반 장비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였다. 집 뒷마당에 '쉬나드 이큅먼트(Chouinard Equipment)'라는 작업장을 만들었다.


당시 암벽을 오를 때 지지대로 사용하는 쇠못인 피톤의 재질은 연철이었다. 한 번 바위에 박으면 다시 사용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등반가들은 한 번 박은 피톤을 그대로 남겨두고 산을 올랐다.


쉬나드는 몇 번이고 사용할 수 있는 피톤을 만들었다. 재료는 크롬몰리브덴 강철로 만든 수확기의 날이었다. 그의 피톤은 개당 1달러50센트에 팔렸다. 당시 주로 쓰인 연철 피톤의 가격은 20센트였다.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피톤 사업은 쉬나드 이큅먼트의 핵심이 됐다. 하지만 강하게 만든 피톤이 오히려 암벽을 부순다는 사실에 1970년대 초 피톤 사업을 접었다.


1988년 파타고니아의 보스턴 매장 개점은 제품을 유기농 목화로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개점하고 며칠도 지나지 않아 머리가 아프다는 직원들이 생겼다. 조사 결과 면 의류에서 포름알데히드라는 화학물질이 배출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쉬나드는 자기가 만드는 제품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지 고민했다. 그는 1996년부터 유기농 목화로만 제품을 만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위한 1%'라는 이름으로 연간 순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이른바 '지구세'는 쉬나드의 제안으로 도입됐다. 2016년에는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발생한 매출의 100%를 기부하기도 했다. 총 1000만달러였다. 그럼에도 파타고니아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쉬나드조차 파타고니아가 꿈꿔본 적도, 원한 적도 없는 큰 기업이 됐다며 아이러니하다고 말한다.


쉬나드가 생각하는 기업은 양면적이다. 기업은 자연의 적이 돼 토착문화를 파괴하고,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착취한 것을 부유한 이들에게 쥐여주며, 공장폐수로 지구를 오염시킨다. 한편 기업은 식량을 생산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사람들을 고용하고, 우리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쉬나드는 기업이 이성과 영혼을 저버리지 않고도 수익까지 내면서 좋은 일에 나설 수 있다고 믿는다. 파타고니아처럼 말이다.


쉬나드가 애초 책을 쓴 목적은 파타고니아 직원들에게 기업철학에 대해 설명해주기 위해서다. 책은 출간 후 10개 언어로 번역되고 고등학교·대학교 교재로 쓰였다.


하버드대학에서는 파타고니아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지구와 환경을 우선 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자본주의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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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본 쉬나드 지음/이영래 옮김/라이팅하우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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