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패권국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겪으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몰락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는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미국이 어떤 실수라도 저지르면 단호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우리는 미국인들에게 페르시아만과 걸프만 일대에서 국제 규칙을 따르고, 어떤 형태의 모험주의 등에 대해서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외국인들이 이란의 안보에 대한 위협을 가하거나 고의로 실수 등을 저질러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결정적인 응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5일 미 해군 함정에 이란 혁명수비대 함정 11척이 위협할 정도로 근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혁명수비대의 주장은 미국이 고의로 이란을 자극하고 있다는 경고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일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하이난성 싼사시에 시사구와 난사구를 각각 둔다는 공고문을 올렸다. 이 지역은 2012년 중국이 베트남과 필리핀의 반발 속에서 남중국해 주요 섬과 암초를 담당하는 행정구역인 싼사시에 포함된 곳이다. 이번 조치는 이들 지역에 대한 실효 지배력을 높이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중국 조사선이 최근 말레이시아 석유 탐사선을 추적하는 일들도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이 영토 분쟁중인 지역에서 도발행위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우려스럽다"면서 "상대방을 괴롭히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코로나19로 미국의 영향력이 급감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약76만명, 사망자는 4만명에 이른다. 작전중인 항공모함에 코로나19로 작전을 취소하는 등 미군 전력 역시 최근 코로나19로 급격히 약화됐다. 경제 역시 감염 확산을 막으려는 봉쇄조치 등의 영향으로,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퇴조하는 흐름이 보이자, 이란이나 중국 등의 목소리가 한층 커진 셈이다.
전문가들도 미국이 제대로 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탈리 토치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장은 "그동안 세계는 위기 때마다 미국의 지도력이 익숙했지만, 코로나19에서는 미국의 지도력이 보이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미국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책임과 관련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갈등을 벌이는 모습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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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미국이 패권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끝이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가즈토 스즈키 홋카이도 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는 "코로나19의 세계 질서는 과도기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 패권의 몰락이 시작되고 중국의 역할이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중국에 의해 새로운 헤게모니 질서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는 슈퍼파워가 될 수 있지만, 소프트파워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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