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당초 오는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회원국간의 협의체인 OPEC+의 감산 협상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4일 원유 생산량 감축 등을 위해 당초 6일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OPEC+ 회의가 8일 또는 9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데 따른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시급히 감산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회의에 앞서 시간이 더 필요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유가 경쟁의 실마리가 된 지난달 6일(현지시간) OPEC+의 감산 합의가 결렬된 책임이 서로 상대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 외무부는 4일 국영 SPA통신을 통해 '러시아 대통령실의 발표는 진실을 왜곡했다'라는 제목으로 낸 성명을 통해 "그 감산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였다"며 "사우디와 나머지 22개 산유국은 감산 합의를 연장하고 더 감산하자고 러시아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또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제거하려고 했다라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외무부에 이어 사우디 에너지부도 "우리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겨냥해 감산합의에서 발을 뺐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부인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가 셰일오일 산업을 적대하는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놀라울 뿐이다"라며 "이런 시도가 거짓이라는 것은 우리의 러시아 친구들도 이미 잘 안다"라고 주장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언론에 대고 '협상에 참여한 모든 산유국이 4월부터 감산 의무에서 벗어난다'고 처음 말했던 장본인이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다"라며 "이 때문에 각 산유국이 저유가와 손해를 메우려고 증산하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산 제의에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지난달 6일) OPEC+의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쪽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라며 사우디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OPEC+ 합의에서 탈퇴해 산유량을 늘리고 유가를 할인한 것은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따돌리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석유 시장 불안정과 관련해 사우디와 러시아 모두 시장 안정을 원한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에너지 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 세계 석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및 빈 살만 왕세자와 석유 생산에 관해 통화했다면서 "우리는 이것을 해결할 것이고 우리의 에너지 사업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내 최대 정유업체와 석유 생산업체의 최고경영자들은 미국의 잠재적 생산 감축 등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구제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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