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상록타워아파트, 5개월 만에 조합 설립… 이례적 속도
재건축보다 통과 기준 낮은 리모델링
준공 15년, 안전진단 B등급이면 가능
일반분양 30가구 이하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적용 안 돼
수직 증축 안전성 미검증은 걸림돌… 내력벽 철거 허용도 미정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리모델링을 통한 정비사업지는 오히려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광장동 상록타워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지난달 28일 광진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 단지는 1997년 포스코 직원 사택용으로 분양된 200가구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다. 지난해 9월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93%의 동의율을 확보하며 5개월 만에 조합 설립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의 추진 과정으로는 이례적인 속도라는 평가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준공 30년을 넘어서야 가능한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 사업은 15년만 돼도 추진이 가능하다. 안전진단에서도 재건축은 D등급(조건부 허용)부터 추진이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B등급(유지ㆍ보수)만 받아도 사업을 할 수 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조합 설립 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한 재건축과 달리 거래 제한도 없다.
다음 달 정비사업에 대한 유예 종료로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피할 수 있다. 현재 200가구인 상록타워는 리모델링을 통해 29가구를 추가할 계획이다. 해당 가구에 대해서는 조합이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인 광진구 내 단지이지만 일반분양분이 30가구 미만일 경우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안전진단 등 비용 일부 지원과 빠른 인허가를 내건 '서울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등 당국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을 장려하는 모양새이지만 걸림돌도 있다. 수직증축 문제가 대표적이다. 2014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최대 3개 층까지 수직증축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허용됐지만 지금까지 수직증축 사업계획이 통과된 단지는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수직증축 방법은 기존 건물의 뼈대 위에 새로이 층을 올리는 만큼 상당한 규모의 하중이 추가된다. 늘어난 하중만큼 구조가 보강돼야 하지만 관련 공법은 아직 공인기관의 검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성지아파트의 이례적 안전성 검토 통과는 "지반이 튼튼한 곳에 지어진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증축 과정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도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수직증축 뿐만 아니라 수평증축의 경우도 최신 주거 성향에 맞는 주택 평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력벽 철거가 이뤄져야 한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내력벽 철거의 안전성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당초 지난해 나올 예정이었던 용역 결과 발표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증실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올해 상반기 중 용역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별동 증축을 택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효성중공업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최근 안전진단 절차를 시작한 강동구 둔촌동 현대2차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현재 지상 최고 12층 2개동 196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수직증축 없이 24가구 규모 1개 동을 추가해 220가구로 규모를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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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측 관계자는 "수평증축을 통한 평면 확장과 별동증축으로 일반분양분을 확대해 낮은 분담금 확보가 가능하다"며 "구조적 안정성 심의 통과가 불투명한 수직증축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 역시 증축 규모가 24가구에 불과해 분양가상한제 규제의 사정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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