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올해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 기아자동차의 쏘렌토가 연비 미달로 인한 하이브리드 차량 인증 실패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습니다. 일단 기아자동차 측은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실수로 넘기기에는 현대기아차의 타격이 너무 커 보이네요. 사전 계약자 보상도 보상이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시장을 석권하려던 장기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죠. 또 하이브리드 출시가 예정돼 있는 현대차 싼타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현대기아차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현대기아차가 취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됩니다. 먼저 세제 혜택 없이 지금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사실 하이브리드 기준에서 0.5㎞/ℓ가 모자랄 뿐 15.3㎞/ℓ의 연비는 일반 모델에 비하면 훌륭한 편이죠. 여기에 1.6ℓ 모델(1600㏄ 미만)의 1년 세금이 27만3000원이고 2.0ℓ 모델(2000㏄ 미만)의 세금이 5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높은 가격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안이 나옵니다. 두 번째 안은 현대기아차가 가격 조정에 나서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혜택을 회사가 가격 인하로 고객들에게 보장해주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두 번째 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안은 높은 가격이 문제입니다. 어찌 됐든 230만원대의 취득ㆍ등록세는 지원을 못 받습니다. 가뜩이나 하이브리드 모델은 차량 자체의 가격도 비싼데 구입을 위한 비용이 더 오르는 것이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두번째 안이 있지만, 지원금이 예상보다 크다면 다른 모델을 선택하는 고객이 손해 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도대체 이 차량의 마진은 얼마냐'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첫번째와 두번째 안 모두 결국 하이브리드 차량임을 포기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또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하려던 싼타페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죠.
세 번째 안은 기계적인 개량에 나서는 겁니다. 이번에 나온 1.6ℓ 엔진은 배기량이 1598㏄로 엔진 실린더 용량을 미세하게 2㏄만 높여 배기량을 1600㏄에 맞추면 하이브리드 기준이 15.8㎞/ℓ에서 14.1㎞/ℓ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아요. 자동차 엔진은 한번에 뚝딱 개량할 수 있는 그런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죠. 곧 출시가 예정돼 있는데 시간상 어렵고 다음 부분 변경 때나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입니다.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뒤떨어진 하이브리드 기준을 먼저 손보는 게 가장 우선으로 보입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대세입니다. 환경과 연비를 위해서죠. 하지만 다운사이징을 한 엔진은 하이브리드 기준이 더 빡빡해지는 웃지 못할 난관에 빠집니다. 기업의 신기술 개발을 정부의 정책이 막고 있는 거죠.
지금 뜨는 뉴스
쏘렌토 하이브리드로 현대기아차가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저는 이 실수를 비난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황당하기는 하죠.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2.0ℓ를 기준으로 하이브리드를 만들었으면 14.1㎞/ℓ 기준만 맞추면 됩니다. 더 잘해보려고 하다 이 사달이 난 거죠. 정말로 친환경을 원한다면 정부의 기준부터 손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