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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가짜 뉴스, 그 뒤에 숨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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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가짜뉴스의 고고학'

[이종길의 가을귀]가짜 뉴스, 그 뒤에 숨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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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2018년 홍역 퇴치국의 지위를 잃었다. 그해 홍역 감염이 900여 건 발생해서다. 백신 부작용 소문 탓에 부모들이 자녀들의 홍역 예방접종을 기피했다.


1998년 의학 전문지 '랜싯'의 한 논문이 빌미를 제공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자폐증 아동들이 장 질환에 잘 걸린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염증성 장 질환과 자폐증의 관계를 연구했다. 이어 미국ㆍ영국에서 예방접종 이후 자폐증이 늘었다는 통계에 따라 논문을 작성했다.


백신에는 세균이나 곰팡이균의 서식을 방지하는 소독제 티메로살(Thimerosal)이 들어간다. 이 수은화합물이 아동의 정상적인 신경조직 형성을 방해한다는 게 웨이크필드의 주장이었다.


백신의 위험성이 보도되자 영국에서 백신 접종률은 61%로 떨어졌다. 그런데 웨이크필드는 백신 제조업체를 제소한 인물들과 유착관계에 있었다. 심지어 그의 연구원들도 소송 당사자였다. 더욱이 연구에 사용한 혈액 샘플은 열 살짜리 아들의 친구들로부터 5파운드씩 주고 얻은 것이었다.


웨이크필드의 연구윤리 위반 행동은 영국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청문회에 출석한 웨이크필드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의사면허를 취소당했다.


최은창이 쓴 '가짜뉴스의 고고학'은 가짜뉴스가 공론장을 황폐화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짜뉴스는 오래 전부터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선전 수단으로 활용됐다. 다양한 언론이 생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자리잡은 지금 그 영향력은 더 커졌다.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은 물론 사상의 자유시장까지 가로막는다.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의구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SNS로 가짜뉴스가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경향은 더 강해졌다. 보건 당국 입장에서는 집단면역이 무너질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공중보건 전략에 차질은 불가피해진다.


불안감이 증가하면 미디어는 전문가 인터뷰를 덧붙여 자세하게 보도한다. 그러나 대립되는 입장을 공평하게 소개해야 한다는 '기계적 객관주의' 원칙에 따르다 보니 부정적 평가도 증가한다. 예방접종이 자기뿐 아니라 남도 보호한다는 말보다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한 발병률에 더 관심 갖게 만든다.


저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백신으로 인해 자기 아들이 자폐증에 걸렸다고 주장한 배우 제시 매카시를 거론한다.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은 시청률 높은 TV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퍼져나갔다. 윈프리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불확실한 아이디어를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 후에도 ABC 방송은 토크쇼 '더 뷰'에 매카시를 패널로 1년간 출연시켰다. 의사, 과학 저널리스트, 논평가들은 백신 반대론자 매카시가 방송에 고정 출연하면 오인 정보를 퍼뜨릴 수 있으므로 그녀를 섭외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백신 접종과 자폐증의 관계를 트위터에 올렸다. "건강한 아이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백신을 주사받고 시름시름 앓는다. 자폐증에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트윗이 아니었다. 대책을 내놓으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향한 정치 공세였다.


개인이 SNS에 올리는 경험담, 부정확한 의학정보, 과장된 피해 사례는 불신을 더 조장한다. 이에 영국공중보건학회는 백신에 대한 불신과 싸우려면 SNS 플랫폼 그리고 미디어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무렵 유튜브는 백신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의 광고수익 통로를 차단했다. 그러나 영상들을 아예 플랫폼에서 내리진 않았다.


저자는 여론이 혼란스러워질수록 저널리즘의 역할과 책임은 더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한다.



"허위정보가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민주주의 취약점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 정확한 보도 관행, 팩트체킹 강화, 뉴스 정보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중요하다. 진정한 해결책은 개인 발언자를 추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허위정보가 전달되고, 증폭되기 위한 필요불가별한 수단이 되는 플랫폼의 역할에서 찾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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