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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배고픈 예술가'에게 실업급여 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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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헌 '예술인 복지에서 삶의 향유로'
고용보험제, 공연예술가도 직업인으로 인정…회비 내면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이종길의 가을귀]'배고픈 예술가'에게 실업급여 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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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예술인들의 평균 수입은 1281만원이다. 과반수가 훨씬 넘는 72.7%는 12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월급으로 치면 100만원도 벌지 못한 셈. 수입이 전무한 경우도 28.8%나 됐다. 그러다 보니 많은 작가가 작품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다른 일을 병행하다 결국 예술계를 떠난다.


빈곤한 현실은 최고은 작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마지막 메모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그의 죽음 이후 예술인들을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끌어내야 한다며 제정된 것이 일명 '최고은법'이라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다. 하지만 그 뒤 배우 김운하가 고시원에서 사망한 지 닷새 만에 발견됐다. 같은 해 배우 판영진이 가난에 못이겨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등 예술인들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범헌이 쓴 '예술인 복지에서 삶의 향유로'는 예술노동을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이라고 정의한다. 예술가는 공공재를 생산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예술가의 가난이나 낮은 임금은 예술가의 사적 영역이 아닌 사회적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가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사실상 고용관계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술가의 노동을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며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직업군으로, 제도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종 사회보장 시스템에서 누락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서 예술가가 생계 걱정으로 예술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프랑스는 1958년 '앵테르미탕(Intermittent)'을 시행했다. 공연예술 분야의 비정규직 예술가와 기술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제도다. 작품 활동이 끝나면 다음 작업에 돌입하기까지 일정 휴직 기간에 국가가 실업급여를 준다. 예술인을 직업인으로 인정해 가능한 일이다.


'실업 상태'에 대한 정의는 프랑스 노동법을 준거로 삼는다. 하지만 실업급여의 수급요건과 급여수준은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협상으로 정한다. 대신 예술가들은 다달이 버는 돈을 정부에 신고하고 일부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정부는 신고받은 액수로 기준소득을 산출하고 예술가가 수입이 없을 때 그만큼의 소득을 보장해준다.


프랑스에서는 시각예술 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예술가의 집'도 운영한다. 예술가의 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공제조합으로 출발해 1965년 정부로부터 공식 예술가 사회복지 전담 조직으로 인정받았다. 예술인들은 월 30유로(약 3만9000원) 이하의 회비만 내면 의료ㆍ출산ㆍ육아 같은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소득의 18%를 일정 기간 납부하면 연금도 받는다. 이들은 프랑스 내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 물감 등 미술도구를 살 때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런 복지혜택은 국민의 사회적 합의로 마련될 수 있었다. 예술가들의 예술적 성취를 시민들이 누린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오늘날 예술가의 사회적 지위로 이어진 것이다.


프랑스에서 이렇게 인식이 개선되기까지 100여년이 걸렸다. 정부가 재정악화라는 이유로 규모를 축소하려 들 때 예술인들은 격렬하게 싸웠다. 앵테르미탕이 없어질 경우 발생할 역기능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제도의 필요성까지 직접 설득하고 홍보했다. 결국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의 80%가 앵테르미탕 유지에 찬성했다.


'예술인 복지에서 삶의 향유로'는 프랑스 예술가들이 보여준 예술가 스스로의 끊임없는 공론화와 투쟁을 요구한다. 정부 입법도 중요하지만 공공재인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노동자 권익'에 대한 예술가 스스로의 인식 변화가 없다면 현 구조적 모순과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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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예술가 개인의 권리를 위한 싸움이 아니다. 국민에게 문화예술의 향유로 되돌려주기 위한 투쟁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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