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작가 공선옥은 소설 '한 데서 울다'에서 아파트 생활의 불편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아파트는 온통 소음의 도가니였다. 남편은, 좀 시끄러우면 어때, 라고 말했다. 집 없는 것보다 낫지, 라고도 했다. 처음에는 남편의 말에 수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것이 아니었다. 견딜 수 없이 화가 끓어오르기도 했다. 내가 이런 '집구석'을 마련하려고 그 고생을 했던가, 싶어서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준공한 지 30년이 지난 서울 도심 아파트에 거주 중인 주부 A씨의 심정도 소설과 같은 상황이다. 최근 남편과 이사 문제로 다툼이 잦아진 그는 자식 교육 문제도 둘째 대학 입학으로 마무리됐으니 이사 가자는 자신과, 아직 버텨야 한다는 남편의 의견이 매일 같이 충돌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낡은 아파트라 전세도 잘 안 나가고, 1주택자인 부부가 따로 집을 얻어 나가 살 형편도 안 되니 버티자는 남편의 주장도 일견 이해가 되지만, 매일 주차난에 난방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소음문제로 수년째 삶의 질이 낮아졌다는 그는 "대체 얼마나 버텨야 집값이 오르나" 싶다며 당분간 친정에서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몸테크는 몸과 재테크(財tech)의 합성어로 재건축 또는 재개발을 기대하며 오래된 주택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새 집을 살 뭉칫돈을 끌어오기 어렵다면 낡고 저렴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몸으로 때워가며 미래의 새 집을 노리는 재테크의 일환이다. 최근 부동산 규제가 강해지자 재건축 가능성이 큰 아파트를 매입하는 1주택자들의 몸테크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지어진 아파트는 도심인 경우가 많아 최적의 입지로 꼽히지만, 언제 재건축이 성사돼 얼마나 오를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몸테크에 투자한 시간과 불편함의 기회비용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용례
A: 여보, 우리 이제 애들 대학도 다 보냈고 좋은 데로 이사 갑시다.
B: 안 돼. 버티면 오르는 게 집 값인데, 몇 년 만 더 몸테크 하면 좋은 데로 갈 수 있잖아. 당신이 좀 참아요.
A: 요새 규제가 한창인데, 어느 세월에 재개발 기다려요. 나도 이제 늙었어요
B: 이 집 하나가 우리 전부인데, 조금만 더 버티면 오른다니까. 돈 주고 전세 얻기도 그렇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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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어휴, 몸테크 하다가 내 몸이 축나겠어요.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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