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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으로 만든 '2% 턱걸이 성장'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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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1%…10년만에 최저

민간소비 1.9%·설비투자 -8.1% 등
정부소비 뺀 모든 분야서 부진

정부 GDP기여도, 민간의 3배
4분기에 재정 집중투입

재정으로 만든 '2% 턱걸이 성장'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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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은별 기자, 김민영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를 기록해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ㆍ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투자ㆍ소비ㆍ수출이 한꺼번에 위축된 탓이다. 막판에 정부가 세금을 대거 풀며 4분기 성장률을 1.2%까지 끌어올려 연간 성장률 1%대 추락은 막았지만 한계는 있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GDP는 전년보다 2.01% 증가했다. 가까스로 2.0%를 넘겼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최저치로 결코 좋은 성적이라 볼 수 없는 수치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2.5~2.6%)에도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이 2%대 턱걸이 성장을 한 데는 정부의 막바지 돈 풀기가 한몫했다. 민간 부문은 여전히 저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치며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물가 변동을 반영한 명목성장률은 1%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간 항목별 성장률을 살펴보면 정부 소비를 뺀 모든 분야가 부진했다. 민간소비는 1.9%로 6년 만에 최저(2013년 1.7%)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비투자는 -8.1%로 2009년 -8.1% 이후 가장 낮았다. 건설투자는 -3.3%로 2018년 -4.3%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마이너스 늪에서 못 빠져나왔다. 수출은 1.5%로 2015년 0.2%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정부소비는 6.5%로 2009년 6.7%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중 D램과 플래시메모리 사이클이 동시에 악화되며 수출이 상당히 어려워지면서 민간 부문의 성장활력이 크게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4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1.2%를 떼어 놓고 보면 정부가 세금을 풀어 성장을 주도했다는 게 더 두드러진다. 원래 한은 안팎에선 4분기 성장률을 최대 0.9% 정도로 예상했지만 정부가 나서서 소비를 늘리며 깜짝 성적을 거뒀다. 4분기 정부 소비는 2.6%로, 1분기(0.4%)ㆍ2분기(2.2%)ㆍ3분기(1.4%)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정부의 복지비와 물건비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리며 건설투자 역시 3분기 -6.0%에서 4분기 6.3%로 대폭 뛰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민간은 바닥에서 허덕였지만 정부소비 증가율만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다"며 "'세금주도성장'이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정으로 만든 '2% 턱걸이 성장' (종합)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부가 끌어올린 성장률=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0% 중 정부 기여도는 1.5%포인트를 기록했다. 민간 기여도는 0.5%포인트에 그쳤다. 총 GDP 중 정부가 기여한 비중이 75%에 달하는 것으로, 민간에서 성장한 부분의 3배 가량을 정부지출로 채웠다. 2018년 성장률(2.7%) 중 민간 기여도는 1.8%포인트, 정부 기여도는 0.9%포인트였다. 33% 수준이던 정부 기여도 비중이 1년 만에 급등한 것이다. 정부의 GDP 기여도는 민간 기여도가 마이너스이던 금융 위기 직후(2009년ㆍ2.3%포인트) 이래 최대 수준이기도 하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4분기에 재정투입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1.2%) 중 정부 기여도는 1.0%포인트, 민간 기여도는 0.2%포인트로 정부 기여도 비중이 83%에 달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앙재정은 당초 목표치로 제시한 97% 이상이 집행됐다. 지방재정 집행률은 목표치인 90% 이상에는 못 미쳤지만 86.87%로 집계돼 2018년(84.2%)보다는 돈을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경정예산(추경ㆍ5조8000억원)은 98% 이상이 집행됐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앙재정은 집행률 90.3%, 지방재정은 77.1%를 각각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2월 한 달 동안 중앙재정은 6%포인트 이상, 지방재정은 10%포인트 가까이 재정 집행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집행률 자체로만 비교하면 1년 전보다 2~3%포인트 정도 상승한 데 불과하지만 집행 금액으로 따지면 추경과 같은 경기 보완 효과를 냈다. 중앙정부 예산(470조원)을 1%만 더 써도 4조7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앙ㆍ지방정부에서 집행한 예산이 GDP에만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예산 이ㆍ불용액이 줄어든 만큼 돈을 더 쓴 것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정부의 재정 집행률 제고 노력이 추경 이상의 경기 보완 효과를 냈다"고 추정했다.


다만 박 국장은 분기별로 봤을 때 민간의 GDP 기여도가 플러스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민간 부문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수출은 줄었지만 소비나 투자는 개선됐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목 GDP 증가율 1% 그칠 듯= 오는 3월 발표될 지난해 명목 GDP 증가율은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돼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성장률은 기준연도 가격을 적용하는 실질 GDP 증가율을 사용하지만, 명목 GDP는 해당 연도의 시장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에 체감 경기에 더 가깝다.


박 국장은 "GDP 디플레이터가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어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3분기까지 명목성장률이 1%가량 됐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명목 GDP 증가율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듬해인 1998년 -1.1%를 기록한 이래로 한 번도 3%를 밑돈 적이 없었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GDP디플레이터 등락률(전년 동기 대비)도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2018년 4분기 -0.1%에서 2019년 1분기 -0.5%, 2분기 -0.7%, 3분기 -1.6%로 하락 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GDP디플레이터는 소비자에게 밀접한 물가만 측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는 달리 국민 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준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명목 GDP는 현재 실질 GDP보다 훨씬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실질 성장률이 2%를 달성했지만 하락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 경기 부진은 심화하고 있다"며 "GDP 잠정치는 2% 성장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국민총소득(GNI)은 2018년 3만3346달러 수준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국장은 "지난해 환율이 4~5%가량 떨어지면서 GNI는 3만200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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