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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포비아'는 조롱거리 아닌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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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포비아'는 조롱거리 아닌 '질병'이다? '고소공포증'이 심할 경우 의자 높이에서도 두려움을 느껴 일상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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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언제부터인지 '포비아(Phobia)'라는 말이 일상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포증'이라는 의미인데 평소 자주듣고 사용하다보니 단어가 지닌 무거움이 한층 옅어진 느낌입니다.


직장동료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나 OO공포증이야"라는 말이 나오면, 다른 사람은 "나는 OO공포증인데"라는 식으로 가볍게 주고 받습니다. 또 가까운 사이일 때는 "괜찮아, 그 정도로 안 죽어"라는 식으로 반쯤은 조롱거리로 받아들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공포증'은 그처럼 가볍게, 조롱거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무엇인가에 대한 단순한 거부반응이나 일반적 수준의 공포심이 드는 것을 공포증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혐오감을 주거나 공포감을 주는 특정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일상의 거부반응을 의지로 극복 가능한 수준이면 굳이 공포증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특정한 대상이나 환경, 물건, 상황에 대한 공포증 환자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자극에 노출되자마자 불안한 반응을 나타내고, 공황발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지요.


주변에 이런 공포증을 앓고 있는 지인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포증을 조롱거리로 여기거나, 가벼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됩니다. 공포증은 엄연한 질병입니다. 의학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준'의 거부반응을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면 공포증으로 진단을 내립니다.


공포증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공포증이 '고소공포증(Acro phobia)'과 '폐소공포증(Claustro phobia)'입니다. 고소(高所)공포증은 높은 곳에서 느끼는 공포증입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높은 곳은 무서워합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느끼는 무서움의 단계를 벗어난 증상이 심각한 경우가 고소공포증으로 분류됩니다. 심한 경우 계단이나 화단 정도의 높이, 심지어는 의자 위 등 낮은 높이에서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공포를 느낀다고 합니다.

[과학을읽다]'포비아'는 조롱거리 아닌 '질병'이다? 엘리베이터나 밀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폐소공포증'.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폐소공포증은 엘리베이터나 밀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증상입니다. 흔히 '폐쇄' 공포증이라고도 하지만 '폐소' 공포증이 정확한 표기입니다. 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것조차 보기 힘겨워 합니다. 마술에서 흔히 보여주는 '통아저씨'와 같은 '컨토션' 묘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휩싸인다고 합니다.


폐소공포증과 반대되는 개념의 '광장공포증(Agora phobia)'도 있습니다. 탁 트여있는 넓은 공간이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을 두려워합니다. 광장공포증은 무엇인가로부터 즉각적으로 달아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증입니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거부한다고 합니다.


광장공포증 환자의 3분의 2 가량은 공황장애도 함께 앓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공황발작을 겪었던 장소에서는 광장공포증을 느껴, 유사한 장소를 피하려는 행동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바늘 등 뾰족한 물건을 보고 위협을 느끼는 '첨단공포증(Trypano phobia)'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선단공포증'이라고도 하는데 '첨(尖)단' 공포증이 정확한 표기입니다. 칼, 가위, 바늘, 주사 등 날카롭고 뾰족한 물건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데 심할 경우 젓가락을 보고도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대부분 뾰족한 것에 찔리거나 날카로운 것에 베인 트라우마가 첨단공포증으로 발전한다고 합니다.

[과학을읽다]'포비아'는 조롱거리 아닌 '질병'이다? 바다의 지형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블루홀 등의 사진을 보면 공포에 빠지는 '심해공포증'.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 외 바다를 보면 두려워 해 해안가 근처에 가는 것을 꺼리고, 깊은 심해나 심해어 사진, 바다의 지형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블루홀 등의 사진을 보면 공포에 빠지는 '심해공포증(Deep sea phobia)', 광대에게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광대공포증(Coulro phobia)', 말 실수 하는 것이 두려워 전화하거나 받는 상황을 두려워 하는 '전화공포증(Call phobia)' 등 다양한 공포증이 있습니다.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끄러워하거나 감추기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다수의 공포증은 상담, 충격요법, 약물치료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기억이 원인이 된 공포증은 심리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그 스위치가 다시 켜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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