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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9선 국회의원’ 울린 정당 득표율 3%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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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만들면 누구나 3% 돌파? 비례의석 기준 높고 험난…2004년 자민련의 교훈, JP 10선 앞에서 좌절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9선 국회의원’ 울린 정당 득표율 3% ‘벽’ 김종필,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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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으로 비유할 만한 정치 지도자들이 있다. 한국 정치 굴곡의 역사를 온몸으로 경험했던 이들이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이 대표적이다. 영어 이니셜만 들어도 누구인지 아는 인물, 대한민국 역사에서 그 정도의 정치적인 중량감을 인정받는 이는 손에 꼽을 수준이다.


두 사람은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 다른 한 사람은 영원한 2인자로 남았다. YS와 DJ도 이루지 못했던, 아니 어떤 정치인도 달성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영역에 도전한 인물, 그는 JP다. JP는 2018년 6월 향년 92세로 생을 마감했다.


4년에 한 번씩 치르는 총선. 국회의원 10선 달성은 40년의 세월을 국회의원으로 살았다는 의미다. 물론 격동의 정치 역사에서 4년의 임기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은 시기도 있었지만 10선 달성은 10번의 당선이라는 의미와 맞물려 있다.


현실 정치에서 10선은 누구도 달성하지 못할 꿈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JP는 가장 최근에 10선에 도전한 인물이다. 사실 어려운 도전이 아니었다. 선거 당일 투표함을 열고 개표를 진행하면 JP는 10선 국회의원이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치는 냉정하다. 국민의 부름을 받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2004년 4월15일 제17대 총선은 오랜 시간 곱씹어볼 만한 여러 사건과 맞물린 선거였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지역구 41명, 비례대표 9명 등 50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이다.


[정치, 그날엔…] ‘9선 국회의원’ 울린 정당 득표율 3% ‘벽’ 조문객들이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자민련=JP’라는 등식이 형성될 정도로 JP는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 거물이었다. 충청권을 정치적 기반으로 자민련은 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영남과 호남, 인구구성으로는 수도권 주도의 한국 정치 질서에서 충청 중심 정당의 한계도 드러났다.


17대 총선은 자민련 정치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선거이다. JP는 비례대표 기호 1번으로 출마했다. 정당 득표율 최소 기준인 3%만 넘기면 JP는 비례대표 의원이 될 수 있었다. 지역구 최소 의석 기준은 5석 이상만 기록해도 비례대표 의석이 가능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지역구 12명, 비례대표 5명 등 17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를 냈다. 2004년 당세가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민련은 자민련이었다. 비례대표 배출의 최소 기준인 3% 기준선은 여유 있게 넘을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이상 기류가 형성됐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서 모두 고전하고 있다는 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4월15일 밤 개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충남 3~4개 지역만 우세한 것으로 드러나자 자민련은 비상이 걸렸다.


JP는 이날 밤 자민련 총재 집무실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다가 집으로 향했다. 정치인생의 사실상 마지막 출마로 기록될 수도 있는 17대 총선에서 JP는 좌절의 기운을 직감한 것일까.


지역구 당선자 5명 이상을 배출하거나 정당득표율 3% 이상만 기록한다면 JP 10선 고지 달성이 가능했다. 자민련 당직자들은 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역구 당선 가능 지역이 5곳을 넘어서자 안도했지만 다시 밀리자 초조함을 감추지 않았다.


지역구 선거만 비상등이 켜진 게 아니었다. 정당 득표율 3%의 벽 앞에서 위태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한때 3% 벽을 넘기도 했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다시 3% 아래로 내려갔다. 개표가 최종 마무리된 이후의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자민련 정당 득표율은 2.82%로 조사됐다. 3%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전국에서 60만462명이 자민련에 한 표를 던졌지만 3% 한계선을 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지역구 역시 충남에서 4명의 당선자 배출로 마무리됐다. 비례대표 배정의 최소 의석인 5석 미만인 셈이다.


[정치, 그날엔…] ‘9선 국회의원’ 울린 정당 득표율 3% ‘벽’ 청명한 가을날씨를 보인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너머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자민련의 참담한 성적표는 JP의 10선 고지 달성 실패로 귀결됐다.


한국 정치의 거물 JP의 역사도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오는 4월15일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당이 의석 확보를 꿈꾸며 정당을 창당하거나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등록된 정당만 36개에 이르고 창당을 준비하는 정당도 20개에 이른다. 그렇다면 최대 56개에 이르는 정당이 선거에 참여해 경쟁하게 될까. 상당수 정당(준비위)은 비용과 인물, 당선 가능성 등 여러 이유로 총선 출마를 접을 것으로 보인다.


정당 득표율 3% 돌파는 결코 쉬운 도전 과제가 아니다. 20대 총선에서 3% 벽을 넘어선 정당은 새누리당,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상 정당득표율 순) 등 4개 정당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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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은 한국 정치의 토양을 바꿔 놓는 환경 변화이지만 현실 정치의 벽은 만만치 않다. 20대 총선에서 4개에 불과했던 3% 정당 득표율 돌파 정당의 수는 21대 총선에서 늘어날까. 정당이 난립하면 표심이 분산되기 때문에 정당 득표율 확보가 더 어렵다. 어느 정당이나 3% 이상 득표율을 꿈꾸지만 9선 국회의원도 넘지 못한 벽이 바로 3% 득표율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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