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주당들 사이에서 선주후면(先酒後麵)은 하나의 철칙처럼 통용된다. 식사 자리에 앉으면 먼저 술을 들고 그 뒤에 국수를 먹는 행위의 유래는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굴지의 곡창지대가 자리 잡은 남도 사람들이 술과 함께 떡을 즐겼다면, 메밀이 많이 생산되던 평양을 비롯한 관서 사람들은 도수가 높은 술에 면을 즐겨 찾았다고 전해진다.
통상 선주후면 하면 냉면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해방 이전까지 한반도의 냉면은 북쪽의 평양냉면과 남쪽의 진주냉면이 유명했다.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 각각 남북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배경에는 남다른 맛도 있었지만, 편리한 배달 시스템이 한 몫을 했다. 남의 시선을 중히 여겼던 조선 시대 양반들이 냉면 한 그릇 먹자고 서민들이 모여 사는 곳에 자리 잡은 식당을 찾긴 어려웠을 터. 하여 냉면 배달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냉면은 일본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에 평양의 면옥에선 아예 개점과 동시에 배달부인 ‘중머리’를 고용해 배달 시스템을 본격화했다. 십여 그릇의 냉면을 목판에 얹어 들고 자전거를 타는 중머리들의 곡예 배달은 당시 신문 삽화에도 그려질 정도로 진풍경이었다. 해방 이후까지 계속된 냉면 배달은 1960년대 들어 정부가 콜레라 예방을 위해 일정 기간 냉면 판매 금지 조처를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오늘날 소문난 맛집 음식을 배달해 먹는 어플리케이션이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새벽 배송 시장의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조선 시대 냉면 배달 시스템과 맥이 통한다고 할 수 있다. 효율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배달 서비스는 몇 백년 전에 이미 배달 문화를 싹 틔운 '배달의 민족'에게 거부할 수 없는 소비 트렌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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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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