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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어디로 갈거나, 사모펀드 그리고 금융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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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어디로 갈거나, 사모펀드 그리고 금융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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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배꼽 옴파로스가 있는 델포이 아폴론 신전에는 세 개의 경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그 유명한 "너 자신을 알라"이고, 둘째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모든 일에 지나치지 말라"이다. 첫째 경구가 소크라테스를 상징한다면 둘째는 중용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될 수 있다. 그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중용을 공동체 속 개인의 행복과 윤리의 최고 가치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달성을 위해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라는 까다로운 요건을 제시한다. 세상일에 양 극단의 고정된 가치라는 게 없는데 중간적 가치를 취하려다 보니 매 순간 행위시마다 그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가치가 무엇인지 탁월한 지적 능력으로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금융계에는 궁극의 비원(悲願)이 하나 있다. '금융의 삼성전자' 내지 '한국형 골드만삭스'라는 그 비장한 소망은 도무지 이뤄질 것 같지 않아 김영동의 노래 '어디로 갈거나'처럼 차라리 애처롭고 슬펐다. 그러나 최근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와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사모펀드의 활성화는 그곳으로 가는 길에 한 줄기 빛을 던져 주었다. 머리 좋고, 밤낮 모르게 부지런하고, 자판기 컵을 잡고 커피 내리는 동작 빠른 우리 민족의 특성에 사모펀드는 환상의 커플로 다가왔다. 이제 겨우 15년 된 PEF와 10년 남짓 된 헤지펀드의 발전은 이 정도면 글로벌 투자은행과 대규모 정규전은 무리일지라도 국지적 게릴라전이라면 한번 해볼만하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에 이어 라임펀드 사태 등 사모펀드를 덮치고 있는 일련의 먹구름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어 금융산업이 갈 길을 몰라 헤맬까 걱정된다. 라임펀드 사태는 당초 고위험의 중소기업 메자닌증권(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했다가 환매를 중단한 것도 납득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국내 1위 헤지펀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폰지사기 가능성이 높은 해외무역금융펀드 투자손실도 발생하고 더욱이 펀드 판매과정에서는 은행들의 심각한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민ㆍ형사 소송도 추진되는 등 설상가상으로 악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금융당국의 정책은 규제와 감독 강화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헤지펀드 규제를 강화해 일반투자자 최소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고난도 사모펀드(원금손실 20% 초과)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는 한편, 파생결합증권이 편입된 주가연계신탁(ELT)의 판매를 지난해 11월 말 잔액인 40조원 수준으로 묶어버리는 총량규제를 실시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폐지됐던 금융회사 종합검사를 부활시켰고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 및 인원을 대폭 증원할 방침이다. 이러한 일련의 규제 흐름은 라임펀드 사태의 확산에 따라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먹구름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사모펀드와 한국의 금융산업이지만 불이 났으면 일단 불부터 꺼야 하니 금융당국의 대응은 현재까지는 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키코부터 DLF에 이어 라임펀드까지 계속되고 있는 은행의 불완전판매에는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다만 이왕이면 빠른 재기가 가능하도록 효과적으로 불을 끄면 더 좋을 것이므로, 향후 추가 조치를 고려할 때는 중용의 가치에 입각해 섬세한 외과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미우나 고우나 사모펀드와 파생상품은 우리 금융이 가야할 길의 선봉에 서 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었으면 좋겠다. 금융당국과 업계 모두 자기 앞길만 보지 말고 역경을 헤쳐 온 실천적 지혜를 최대한 발휘해 어디로 갈 것인지 방향을 잘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하여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오래된 비원을 향한 도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델포이 신전의 셋째 경구는 "보증을 서면 망하리라"였다고 한다. 세 경구 모두 휴브리스, 즉 불완전한 인간의 치명적 자만을 경고한 점이 신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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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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