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신용카드사들
온라인결제 등록 불가업종 지정
"소비자 권리 침해" 지적도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한때 '음침한 뒷골목'에서 은밀히 거래된다는 인식이 컸던 '성인용품'은 이미 양지로 나온 지 오래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에서는 밝은 조명으로 손님을 맞는 성인용품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건강한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물건'이란 시각도 젊은층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흔히 사용되는 성인용품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이런 추세와 반대로 가는 분야가 있다. 바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다. 국내 대형 신용카드사들이 온라인상 성인용품 구매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성인용품 온라인 구매를 막는 명분은 청소년이 부모 카드를 이용해 구매할 수 있다는 정도다. 그래서 아예 성인용품을 '온라인 카드 결제 등록 불가 업종'으로 지정했다.
근거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이다. 이 법에는 건전한 국민생활을 저해하고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의 경우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적용한 셈이다. 이러한 지침은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전자결제를 대행해주는 PG사에 전달되고, 결과적으로 성인용품점의 PG사 가맹점 가입이 어렵도록 한다.
이에 따라 성인용품점은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를 아예 포기하거나 일부에선 부정한 방법으로 결제를 시도하기도 한다. 사무용품 등을 판매한다고 가맹점 신청 서류에 허위로 기재한 뒤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혹은 다른 신용카드 가맹점 명의를 사용해 거래하기도 한다. 가맹점 명의 도용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위법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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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성인용품 업체 텐가(TENGA)가 올해 내놓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남녀 1000명 중 남성은 22%, 여성은 17%가 성인용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업체의 지난해 조사에선 온라인을 통한 성인용품 구매가 편리하다고 답한 비율이 91%로 압도적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신용카드 결제 차단은 소비자 권리를 저해하는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대 상황에 맞지 않으며 오프라인 결제는 가능하게 하면서 온라인만 차단하는 것도 모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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