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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당나라 군대'는 왜 오합지졸 대명사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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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당나라 군대'는 왜 오합지졸 대명사가 됐을까? 영화 '안시성'에 등장한 당나라 군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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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흔히 군기가 엉망이고 싸울 때마다 패배하는 오합지졸 군대를 일컬어 '당나라 군대'라 부른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의 당나라군은 당나라 건국 초창기만해도 매우 강한 군대였다. 고구려, 토번, 돌궐 등 중국과 수세기동안 대치하던 군사강국들과 싸워 이긴 군대였다.


막강하던 당군이 오합지졸의 대명사로 전락한 것은 8세기 전후 양귀비와의 스캔들로 유명한 당 현종 때부터였다. 7세기에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리고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아 군대가 엉망이 된 셈이다. 당군이 급격히 쇠퇴한 원인을 두고 흔히 현종 때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며 이민족 용병들에게 국방을 떠넘기고 나태해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나태해져서 당나라 사람들이 병역을 기피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당나라 초기만 해도 해외 원정에 자원하면 전리품과 함께 싼값에 좋은 부동산을 불하받을 수 있었고, 과거시험을 안보고 특채 자격이 주어지는 등 혜택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나라 조정은 군필자와 미필자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명분 하에 각종 특혜들을 철폐해나가기 시작했다. 신체적 장애 등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전쟁에 참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출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명분이었다.


철폐된 특혜들은 국방예산의 대대적 감축으로 돌아왔고, 이 예산들은 모두 황제와 고위관료들의 각종 정치비용으로 소모될 뿐이었다. 그 사이에 당나라 남성들은 점차 출세에 별 도움이 되지 않게 된 병역보다는 과거시험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특히 원격지 근무를 담당하던 변방 사령관직인 절도사직은 갔다오면 출세길이 보장되던 자리에서 고생만 하는 자리로 변질되자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자리가 됐다. 결국 당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절도사직은 모두 이민족 출신 용병 대장들이 도맡는 일로 천대받기 시작했다. 이 용병대장들은 모두 돌궐, 고구려, 백제 등 당나라가 멸망시켰던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자손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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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가봐도 힘들고 어려운 자리를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단순히 조직에 대한 충성이나 애국심 등으로 떠맡기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당나라군대를 오합지졸로 만든 것은 나태해진 정신보다는 과도하게 적용된 형평성의 잣대가 더 컸던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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