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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 '균형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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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 '균형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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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언론 보도의 기준을 담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공보준칙)'이 지난 1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 공보준칙은 피의자의 인격과 명예 등 기본권을 보호하라는 헌법의 요구가 구체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동안 피의사실이 미리 공개돼 재판도 받기 전에 '범죄자'로 낙인 찍힘으로써 인권 및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진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파편적 사실이 횡행하면서 가족들 또한 공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변호사단체는 피의사실공표와 포토라인 등이 인권침해의 주요인이라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법무부의 공보준칙은 이런 점들을 반영해 인권보호가 외형적으로는 강화됐다고 판단된다.


그렇다고 공보준칙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보준칙은 검사의 언론 접촉이나 구두 브리핑, 출석정보 공개 등을 금지함으로써 언론의 검찰에 대한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동안 힘 있는 사람들이 감추고자 했던 비밀스러운 사건은 대부분 언론의 수사기관에 대한 직접 취재로 세상에 드러났다. 공보준칙으로 인한 간접 취재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밝힐 기회를 박탈해 국민의 알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 입맛에 맞는 사건만 선별적으로 공개해 언론, 나아가 국민을 통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법무부는 공보준칙에 규정된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심의위원회의 구성 등을 감안할 때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공보준칙에 따르면 형사사건 공개 여부는 대검찰청ㆍ고등검찰청ㆍ지방검찰청 등에 설치된 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르게 돼있는데, 위원회 소집권자는 법무부나 검찰 쪽 공보관 등에 한정돼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이라 할지라도 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할 수 없다. 법무부나 검찰은 사안의 중요성이나 국민의 알권리와는 상관없이,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사건 공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 소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건은 아예 공개할지 말지 논의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운이 좋아 심의위원회에 사건공개 여부가 상정돼도 문제다. 공보준칙에 따르면 심의위원회는 민간위원이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 즉 심의위원회가 10명이라면 민간위원 6명, 법무부나 검찰 측 인사가 4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민간위원 6명이 완전하게 객관적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검찰이 구성하는 만큼 검찰에 우호적 인사가 포함될 수 있다. 민간위원 6명 중 2명만 검찰에 우호적 인사로 채워도 심의위원회는 검찰 의도대로 흘러갈 수 있다.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에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 피의자 인권을 고려하는 변호사 단체,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는 언론, 그리고 갈등 조정의 보루인 법원 등 4개 단체가 참여하여 어떤 사건을 공개할 것인지, 공개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신속하게 논의해 인권과 알권리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심의위원회와 목적은 조금 다르지만 미국 일부 주에서 운영되는 법원과 검찰ㆍ변호사단체ㆍ기자단 등의 협의체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소방대'라는 별칭이 붙은 이 협의체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 논의를 통해 정보공개 범위, 언론의 정보접근권 등 기준을 설정한다. 관련 문제를 다루는 모든 기관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다보니 실용적 방안이 도출된다는 평가가 높다. 인권과 알권리를 균형있게 추구하기 위해 검찰이 구성하는 심의위원회보다는 법원과 변호사단체, 언론이 포함되는 4자간 심의위원회가 더 효율적일 것임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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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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