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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에게서 '미안하다' 말 나온 건 기적…윤씨도 '이젠 恨 없다'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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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윤씨 도운 나호견 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원장 인터뷰

"재심에 대해선 100% 무죄 받을 걸로 확신해"

"이춘재에게서 '미안하다' 말 나온 건 기적…윤씨도 '이젠 恨 없다' 말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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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나호견(69) (사)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원장이 윤모(52)씨를 처음 만난 건 2007년이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당시 18년째 복역중이었고, 나 원장은 그해 5월께 청주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후 한 달에 한 번 윤씨를 만났다.


13일 윤씨가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한 후 기자와 전화인터뷰 한 나 원장은 "윤씨가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이춘재에게 '(화성 8차 사건의 진실을 밝혀줘)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자 이춘재가 윤씨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춘재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인데, 이런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 원장은 재심에 대해 "이춘재가 자백을 했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제 윤씨에게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에 만약 잘 안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윤씨가 100% 무죄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윤씨 또한 나 원장에게 '이제 아무 걱정이 없다. 본인이 죽어서 부모님 얼굴을 뵐 면목이 없었는데 내가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됐으니 이제는 한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나 원장은 "유혹도 많고 고통도 많았는데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마음을 가지고 꿋꿋하게 30년을 버텨온 것이 너무 대견하다"면서 "윤씨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이제는 아무 걱정 말고 행복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


20년 복역 후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후 3년 간 나 원장이 운영하는 교화복지시설에서 지냈고, 지금도 연락하며 지낸다. 나 원장은 1988년 경주교도소 담당수녀를 맡은 이후부터 30년 넘게 재소자와 출소자의 자립을 돕고 있다. 나 원장은 2004년 환속한 후 뷰디플라이프를 설립해 이 일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윤씨의 모습은 어떠했나.


▲처음 봤을 땐 제소자로서는 최악의 상태였다. 몸도 불구고 초등학교도 못나오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영치금도 받지 못해 몸도 말라있었다. 그런데도 절대 기가 죽지 않았다. 아주 씩씩했고 남들 눈치를 보는 것도 없이 활발하게 생활했다.


-윤씨가 청주교도소 제소자 시절에도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나.


▲윤씨가 무죄를 주장했다는 사실은 당시 교도소 내 교도관과 제소자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에 나도 윤씨의 말을 믿지 못했지만 함께 생활을 하면서 그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게 됐다.


-윤씨는 언제부터 교화복지회에서 지내게 됐나.


▲수감생활을 한 지 20년이 되던 2009년 가석방이 된 후로 3년 가량 함께 생활했다. 가석방이 되려면 거처, 직업, 보증인이 있어야 했고 당시 박종덕 교도관의 부탁으로 윤씨를 받아들이게 됐다.


-윤씨가 무죄일 것이라는 생각은 언제했나.


▲2009년 8월14일 처음 이 곳에 와서 하는 말이 '세상 모든 사람이 저를 살인자라고 하는데 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원장님 한분이라도 저를 믿어주시면 여한이 없겠다'고 했다. 후에 6개월 동안 매일매일 성실하게 지내고 자신이 뱉은 말은 항상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무죄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교화복지회에서 윤씨는 어떤 사람이었나.


▲우리 복지회 규칙이 까다로운데 3년 동안 모든 규칙을 다 지켰다. 술을 마시거나 결근을 하면 안되고 월급 중 100만원은 항상 저축을 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 오면 회식자리가 있는데 술을 안마시거나 예의상 한 잔만 마셨다. 11시 통금시간도 항상 지켰고 주변인과 물의를 일으킨 일이 없었다. 또 현재 직장은 8년 동안 잘 다니고 있고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억울한 30년의 삶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초지일관으로 살아왔다.


-이춘재가 화성 8차 사건을 자백했는데 그 때 윤씨의 반응은 어땠나.


▲갑자기 윤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곤 8차 사건 윤씨가 바로 자신이라고 하며 기뻐했다. 또 집에 기자들이 깔려 집에 못들어가니 지금 모텔로 도망가고 있다고 했다고도 했다. 직장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 돼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2주간 휴가를 주며 걱정 말고 일보고 오라는 소리를 듣고 엄청 좋아했다.


-평소 윤씨에게 어떤 말을 해줬나.


▲그가 가지고 있는 조건이 안 좋다. 사람들의 시선은 각오하고 할 일을 열심히 하라고 해줬다. 교도소에서 20년 동안 성실하게 살았듯이 여기서도 성실하게 살면 인정을 받으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말해줬다. 어려움이 있으면 항상 저와 상담을 했는데 그걸 잘 따라줬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피해자 박모(당시 13세)양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 사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을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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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재심을 결정하게 되면 재판은 1심부터 다시 시작된다. 다만 1심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무죄가 나오면 윤씨는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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