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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차등의결권의 '차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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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협회 177개사 설문 결과 찬성 여론 압도적
창업자들은 지분 희석으로 경영권 약화 우려
정부 비상장 벤처 대상 허용 법 개정 추진 나서자
대기업·상장사 확대 우려에 논란 지속될 듯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정부가 비상장 벤처에 한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벤처기업인 10명 중 8명이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이 제도를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당 일각과 시민단체, 벤처 투자자 등에서 반대하고 대기업에서는 상장사 전체로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도입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4일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5월 177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비상장 벤처에 한해 차등의결권 도입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86.4%에 달했다. 찬성한 기업 중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곳도 81.8%였다. 창업자들은 투자유치 협상 과정에서 '경영권 약화 또는 상실을 우려한다'는 답변(53.1%)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답변(39.5%)보다 우세했다. 지분 희석을 우려한다고 답한 창업자들은 투자유치 과정에서 경영권이 약화되는 것을 막으려 투자규모를 축소(42.6%)했다고 답했다. 특별히 선택할 방법이 없었다는 답변은 37.2% 였다. 차등의결권 부여 대상을 어디로 둘 것이냐에 대해 창업주로만 한정해야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48.8%, 창업주 외 이사까지 허용해야한다는 의견은 41.2%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모든 주주에 허용해야한다는 의견은 10%였다.


차등의결권은 1주당 1개의 의결권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1주당 10개 또는 100개 등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0개국 이상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은 주당 1개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AㆍB 종류의 보통주를 발행하는데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총 주식의 15%를 보유하고 56%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알리바바나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도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대책을 발표하면서 벤처 차등의결권 도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창업자들이 외부 투자금을 조달받을 때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해서다. 벤처 투자자금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제2 벤처붐'을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과도 흐름이 통한다.


바이오 분야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비상장기업은 설립자금에 창업주나 대주주의 개인자산을 투입해 회사의 틀을 잡고 사업화 자금은 외부에서 유치하는데 투자를 받을 때 자본시장의 기업가치평가를 따를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렵다면 누가 힘든 벤처의 길을 갈 지 의문이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라도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인 B 대표는 "창업자들은 대주주가 아니라면 적어도 40%는 보유하고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큰데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지분에 신경쓰지 않고 투자유치나 사업을 확대할 수 있어 투자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과 다르게 스타트업이나 벤처에서는 악용될 소지가 적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벤처기업인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적극적인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가 없다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벤처캐피탈(VC)들이 투자해주지 않는다면 활용하고 싶어도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의 부작용을 우려해 도입을 반대하거나 재검토해야한다는 의견도 비등하다. 시민단체는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고 벤처캐피탈이 뮤추얼 펀드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것을 방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금흐름과 의결권 간 괴리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다. 야당과 재계는 상장사까지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적용 범위에 대한 논란도 남아 있다. 벤처투자업계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상장사까지 확대될 경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차등의결권이 상장기업까지 적용되면 대주주들의 지배구조는 개선될 지 모르나 주가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비상장기업에게는 사적 계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지만 상장사까지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존재하고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의 가격이 반토막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깊이있게 다뤄져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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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기업법 특례조항으로 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하는 것이 차등의결권 주식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라며 "상법으로 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하면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나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비상장벤처에 한정해 도입해야만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벤처 창업자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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