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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도 꺼린 해외 부동산 투자, 예견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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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도 꺼린 해외 부동산 투자, 예견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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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유현석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독일 헤리티지(Heritage)재단 부지 개발사업 투자 파생결합증권(DLS)' 만기연장 사태는 KB증권의 호주 부동산 펀드 손실과 여러모로 닮았다. 당초 예상했던 투자계획이 현지 사정으로 엇나가면서 국내 증권사와 투자자들이 일방적으로 손실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해외 부동산 투자에 경종을 울리고, 위험성에 쉽게 노출돼 있는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투자시 가장 까다롭고 어렵다고 여기는 분야 중 하나가 해외 시행사 및 시공사가 이제 막 재건축ㆍ재개발을 진행하려는 사업이다. 사업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투자할 경우 이후 진행 상황 때마다 겪어야 하는 불확실성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기관조차 투자를 꺼린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 헤리티지 DLS 역시 고위험군에 속하는 투자로 꼽힌다. 독일 내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을 매입 후 재건축(리모델링) 혹은 재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하고, 이를 파생 수익증권 형태로 전환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 것으로 독일 18여곳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각각 상품화시켜 회차별로 나눠 판매했다. 투자자들은 정확히 자신의 투자금(최소 가입금 1억원)이 어느 지역의 어떤 재건축인지 등의 내용은 모른다.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필수적인 인허가 신청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인허가 승인'이 지연되고 있어 만기가 연장되고 있다고 설명해왔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아직 시작도 안한 사업에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만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부동산개발은 인허가 신청→인허가 승인→착공→준공→분양→투자금 회수 등의 단계로 진행되는데, 첫 단추부터 끼워지지 않은 셈이다. 지금 당장 신청해서 승인을 받기까지 통상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만기인 내년까지 투자금 상환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각 증권사들이 독일 실사를 직접 다녀온 뒤에서야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고객들은 물론 발행ㆍ판매사들도 모르고 투자ㆍ모집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각 증권사들은 매각이 진행되면 만기상환에 문제가 없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매각이 목표는 아니었던 만큼 당초 계획이 틀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돌핀트러스트의 인허가 신청이 왜 미뤄지고 있는지를 요구하는 것도 이 회사 CB를 인수한 싱가포르의 반자란 운용사가 할 수 있는 범위여서 국내 증권사로서는 그저 계획대로 개발이 진행되든지, 인수 당시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이 이뤄지든지 현지 상황 전개만 기다릴 뿐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행사가 투자받을 당시 인허가가 날 것처럼 진행했을 가능성, 운용사가 이를 알고도 투자자를 모았을 가능성 등 매우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 시 자주 빚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말 그대로 당할 수 있어 위험도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시행사인 돌핀트러스트는 영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지난 5월 돌핀트러스트 투자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투자금을 받고 진행하기로 했던 일부 재건축 등이 공사 시작도 못한 채 수익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내 투자키로 했던 곳에 정작 건물을 보러 오지도 않았고, 수요가 없는 지역의 노후 건물을 고급 아파트로 짓겠다고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눈에 띄는 점은 독일 헤리티지 관련 내용이다. 돌핀트러스트가 싱가포르 투자자들에게 건넨 문서에는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나치 건설 군 막사를 개발하기 위해 자금이 확보됐는데, 독일 정부의 연방 부동산 연구소(Institute of Federal Real Estate) 측은 해당 지역은 정부 소유로, 사적 자금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국내 증권사 4사에 투자지역 상세 내용을 요청했지만, 공개가 어렵다고 밝혀 이들이 발행ㆍ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상품에 이 지역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허가가 나지 않은 곳에 진입할 경우 사업 진행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만기 지급 여부를 확답하기 어렵다"면서 "부동산 개발은 각 사업단계에 따라 약정 수익률을 정할 수 있는데 2년 걸릴지 5년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익률을 먼저 정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정확한 법제와 규정과 절차를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품화가 먼저 돼버린 것"이라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가 돈이 된다고 하니 1~2년 새 갑자기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게 터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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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대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품을 개인들에게 파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명조차 어려운 상품을 고객들에게 파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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