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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풀스토리]문신 인구 100만…타인 몸에 잉크 넣는 의사 조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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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19년차 타투이스트가 말하는 문신

과거와 달라진 인식, '2002 월드컵' 계기
문신 지우러 온 환자 보고 '예술성' 느껴

타투이스트 '남의 신체' 다루는 일
일반인 시술 반대 안하지만…의료지식·윤리의식 갖춰야

"간호조무사 수준 교육 받으면 합법화하자"

[인터뷰 풀스토리]문신 인구 100만…타인 몸에 잉크 넣는 의사 조명신 의사이자 타투이스트로 활동 중인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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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문신(文身, 타투ㆍtattoo) 인구 100만명. 문신이 대중화의 바람을 타면서 예술의 한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종사자가 20만명에 달하고 시장 규모도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 남성 손바닥만한 크기의 문신 시술에 20만~30만원 비용이면 가능할 정도로 가격도 저렴해졌다.


문신이 대중의 곁으로 한 발 가까이 다가오고 있지만 관련 시술은 여전히 불법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합법적 문신사(타투이스트)는 의사들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의사가 아닌 타투이스트들은 가끔 '비(非)의료인의 문신 시술 합법화'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다. 물론 의료계에선 반대 입장이다.


문신은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고 잉크를 넣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의료행위로 분류돼 있다. 10명 이내의 타투이스트들이 의사면허를 갖고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한다. 빈센트의원 조명신(55) 원장도 그 중 하나다.


대다수의 타투이스트들의 관점에서는 기득권자인 그, 19년차 타투이스트이자 의사인 그는 타투이스트 합법화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적법한) 타투이스트 수를 늘리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사람의 몸을 다루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지식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지난 27일 서울 명동의 진료실에서 조 원장을 만났다.


-문신 시술을 받으러 오는 손님은 대부분 어떤 이들인가.

▲문신을 받으러 오는 특정계층이라는 게 없다. 아저씨도 오고 가정주부도 오고 의사와 소방관도 시술을 받으러 온다. 남녀노소라고 보면 된다.


-미성년자도 오는가.

▲미성년자가 문신을 세기기 위해 부모와 함께 오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직접 문신 시술 동의서도 작성해준다. 물론 이런 부모가 다수라고 할 순 없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문신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2002년 월드컵이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그 때를 기점으로 타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유분방해졌고 타투를 터부시하던 사회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는 특정 계층의 사람, 조직폭력배나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주를 이뤘다. 여성들은 장미나 나비, 남성들은 야쿠자 문신에 자주 등장하는 용이나 호랑이, 잉어를 그려줬다. 하지만 2002년 이후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문신을 새기고 있으며 도안 역시 다양해졌다. 본인 스스로 어떤 문신을 새길지 고민하고 도안을 직접 가져온다.


-2002년 월드컵이 문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 해는 우리 국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자아를 분출하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서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다. 이러한 의식 변화는 문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풀스토리]문신 인구 100만…타인 몸에 잉크 넣는 의사 조명신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

-도안을 직접 만들어서 오는 손님들이 많은가.

▲과거에는 타투이스트들에게 도안을 의뢰한 후 시술을 받았다면 요즘은 인터넷에서 직접 도안을 골라서 온다. 그만큼 문신을 받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졌고 식견과 안목이 높아졌다. 나 역시 손님의 만족도를 위해 도안을 직접 만들길 추천한다. 본인이 직접 도안을 만들면 시술 후 불만족하는 이들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든다. 다른 곳에서 도안 고민 없이 시술 받은 사람이 문신 제거 시술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


-보통 어떤 사람들이 타투 제거 시술을 받기 위해 오는가.

▲주변의 시선, 사회적으로 용인 받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문신을 지우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 곳을 찾는 이들 중 10%가량이 문신 제거시술을 받으러 오는 것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제거 시술을 받는다고 완벽하게 문신을 지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문신 제거 전용 레이저로 시술을 하지만 문신이 너무 깊은 곳에 새겨져있을 경우, 잉크에 중금속이 들어있는 경우엔 완전한 제거는 어렵다. 또 문신 제거 비용은 시술 비용에 5~10배라고 보면 된다. 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통증도 5배 정도 더 크다.


-타투이스트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는 1997년부터 의원을 운영했는데 우연하게 문신 제거를 많이 해줬다. 평소에는 문신을 지워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봤다. '착하게 살자' 문구나 화살표가 뚫은 하트 모양처럼 낙서로 보이는 문신을 지우다 보니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예술이라고 생각한 문신을 보면서 타투이스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 문신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느 날 중년 남성분이 팔뚝에 문신을 지우러 왔는데 흑백이 아닌 컬러로 된 장미 문신이었다. 굉장히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해 '아! 타투도 예술로 승화될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길로 타투를 배우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맸다.


-누구에게 타투를 배웠는가.

▲장미 문신을 해준 이가 누구인지 수소문한 끝에 경기도 오산에 킴이라는 분에게 찾아갔다. 그곳에서 문신을 처음으로 배웠다. 그러다 그 분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돼 경기도 안양에 빅이라는 분에게 문신의 기본을 배웠다. 빅이라는 사람은 여성분이었는데 그림을 전공해 그림의 기본부터 문신까지 배우게 됐다. 그 때 빅에게서 배운 타투의 기본이 지금까지 타투를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게 타투를 2년 정도 배우고 2000년부터 무료로 문신을 해주기 시작했다.


-문신을 배우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그렇게 국내에서 문신 시술을 하다가 실력 검증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04년쯤에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타투스쿨로 떠났다. 그동안 했던 100여건의 케이스를 보여주면서 내 문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또 어떻게 문신 시술을 해야 하는지 배웠다. 2주 동안 배웠지만 그 곳에서의 시간이 큰 도움이 됐다.


[인터뷰 풀스토리]문신 인구 100만…타인 몸에 잉크 넣는 의사 조명신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

-수준 높은 문신과 그렇지 않은 문신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제 눈의 안경이다. 조폭에겐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분위기의 문신을 해줘야 한다. 그게 그들이 원하는 거고 그들에게 의미있는 것이다. 문신 시술을 할 때 건성건성하지 않고 완성도를 높일 뿐이다. 장르나 수준은 전적으로 시술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의사와 타투이스트로서의 소득 차이는 어떠한가.

▲의사가 훨씬 좋다. 시간당 100만원짜리 쌍꺼풀 수술을 하는 것과 시간당 20만원짜리 타투 시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성형시술 진료를 보는 게 소득이 5배 높다.


-의사이자 타투이스트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력이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법적으로 따지면 적법하게 활동하고 인체에 대한 이해가 조금 높을 뿐 다른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요즘 웬만한 타투이스트들은 실제 위생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고 있어서다. 오히려 예술적으로 잘하는 타투이스트들보다 부족할 수 있다.


-타투이스트 합법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반인도 타투이스트가 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예술의 자유, 직업의 자유도 좋지만 타투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몸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에 따른 지식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하물며 남의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도 법에 걸리는데 타인의 몸에 잉크를 넣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방안이 있나.

▲우선 의료 지식과 윤리의식을 지닌 간호사에게 타투이스트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단계적으로 간호조무사에게도 자격을 주는 게 옳다. 그런 다음 타투이스트도 간호조무사 수준의 교육을 받도록 해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게 먼저 타투이스트 자격을 주자고 하는 이유가 있나.

▲의료법상 의료인인 간호사는 인체에 대한 지식과 윤리의식을 쌓아야만 되는 직업이다. 간호조무사도 국가에서 지정한 교육과정을 거쳐야만 될 수 있다. 문신을 하는데 의사 수준의 지식이 요구되는 건 아니다. 직접 문신 시술을 해오면서 최소한 간호조무사 정도의 지식과 윤리의식이 있으면 타투이스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현재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자격증만 가지고 있고 현직에서 활동하지 않는 분들이 타투이스트로 전업을 하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에게도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한 추가 교육은 필요하다. 문신 시술과 위생 교육말이다.


-그렇다면 일반 타투이스트들도 합법적으로 시술하려면 간호조무사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맞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국민을 위한 것이다. 제대로 교육받고 그만한 윤리의식을 지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한다면 국민도 안심하고 타투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의과대학 교육이 왜 보통 학과 교육 기간보다 길까를 고민해보면 된다. 타인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그만큼 공부를 하고 윤리의식을 갖추라고 오랜 기간 교육하는 것이다. 타투이스트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신체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 간호조무사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면 타투이스트를 해서는 안 된다.


-일반 타투이스트들이 간호조무사 교육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면 불법 문신 시술이 사라질까.

▲그렇다. 기존에는 의사가 되어야만 타투이스트를 할 수 있었는데 문턱이 낮아지면 자연스레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 것이다. 또 이렇게 합법의 길이 열리면 이들이 불법 타투이스트들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어렵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불법 문신 시술이 벌어지면 신고를 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레 합법적인 타투이스트들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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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후 조 원장은 사진 몇장을 가져왔다. 피부이식을 받아 등에 있는 커다란 흉터가 문신으로 변화는 과정이었다. 이 남성은 문신 시술을 받기 위에 제주도에서 명동까지 여러 번 왔다고 한다. 조 원장은 "나에게 시술을 받지 않았다면 이 분도 불법적으로 시술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런 분들이 걱정하지 않고 문신으로 자신의 아픔을 가렸으면 좋겠다"고 했다.(조명신 원장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문신과 타투라는 표현을 혼재했습니다.-편집자주)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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