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는 태도 없고, 피해자 향한 끝없는 적개심
4만 원 안주고 반말…살해 후 시신 훼손 유기
경찰, 얼굴 공개 검토…과거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음 생애 또 그러면 너(피해자) 또 죽는다"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인 A(39·모텔 종업원) 씨의 범행 동기는 '적개심'이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온 그는 취재진과 만나 피해자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억울함도 있었다. 법원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그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18일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숙박업소 종업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A씨가 살인을 저지른 뒤 사체를 손괴·은닉하고, 폐쇄회로(CC)TV를 포맷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할 당시에도 반성의 모습은 없었다.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모습을 드러냈던 A씨는 "(피해자가) 먼저 시비 걸고 주먹으로 쳤다"면서 "자세하게 말씀 못 드리는데 제가 다른 데로(모텔) 가라고 했는데도…"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건의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조사에서 "(피해자가) 반말을 하며 기분 나쁘게 하고 숙박비 4만 원도 주지 않으려고 해서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과정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머물던 방을 열쇠로 열고 몰래 들어가 잠든 틈에 둔기로 살해한 뒤 모텔 내 방 안에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방에서 B(32)씨를 둔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과정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머물던 방을 열쇠로 열고 몰래 들어가 잠든 틈에 둔기로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체를 수일 동안 모텔방에 방치한 그는 이후 시신을 훼손한 뒤 지난 12일 새벽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왕복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한강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시신은 지난 12일 오전 9시15분께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부근에서 몸통 부분만 발견됐다.
이날 오전 순찰을 하던 한강사업본부 직원 B 씨가 수면 위로 떠오른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은 발견 당시 알몸 상태로 시신 주변에는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옷 등 유류품은 없었다.
몸통 시신 발견 직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1차 소견을 받았지만, 훼손 정도가 심해 피해자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 16일 오전 10시48분 한강 행주대교 남단 500m 지점에서 시신의 오른팔 부위가 검은 봉지에 담긴 채로 발견됐다.
이때부터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문 채취를 통한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됐고 17일 오전 10시45분 한강 방화대교 남단에서는 시신의 머리 부위가 발견됐다.
시신의 신원 확인과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결국 A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께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근무한 모텔에서 범행 도구를 확보하고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해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에는 수법 등이 매우 잔혹한 점으로 미뤄 다른 범행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또 나머지 시신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A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신상공개 기준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사건일 것 △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이다.
앞서 공개된 흉악 범죄 피의자는 지난해 8월 손님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근처에 유기한 변경석(35), 11월 PC방 아르바이트생을 무참히 살해한 김성수(30) 등이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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