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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 후발주자 죽이기, 대기업은 외면…中企의 악전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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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부품·소재 국산화]
부품·소재 국산화 하고싶어도 연구·시설투자 자금난
어렵게 성공해도 대기업 외면에 판로 막혀 어려움

日은 후발주자 죽이기, 대기업은 외면…中企의 악전고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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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이은결 기자]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쎄믹스는 최근 출시한 오퍼스 시리즈(OPUS Series) 제작에 한창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 공정에서 만들어진 웨이퍼 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사하는 웨이퍼 프로버(Wafer Prober) 장비를 만든다. 새로운 장비는 6, 8인치 웨이퍼에서 후공정 장비인 로더만 교체하면 12인치 웨이퍼의 검사가 가능한 옵션을 갖추고 있다. 공간과 비용의 절약뿐만 아니라 향후 확장성에도 대비한 제품이다.


◆중소 반도체검사업체 눈물겨운 국산화= 옛 LG산전 출신 유완식 대표가 동료들과 함께 2000년 쎄믹스를 설립할 당시에는 일본과 미국 몇몇 업체가 이 분야를 독점했다. 웨이퍼가 8인치에서 12인치로 넘어가던 당시 일본산 12인치 웨이퍼 프로버는 가격이 비쌌고 대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도전했다가 포기하던 상황이었다. 유 대표는 기술력과 파격적인 가격, 여기에 무한 AS를 약속하며 대만에 첫 납품을 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SK하이닉스ㆍ퀄컴ㆍ에스티마이크로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검사 공정에 쎄믹스 제품을 활용하며 쎄믹스는 웨이퍼 프로버 세계 3위에 올라섰다.


2차전지의 주요 소재인 일렉포일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는 후루가와 등 일본 기업들로부터 B급 제품을 공급받다 불량이 발생하자 아예 자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창업자 허진규 회장은 일본에 찾아가 기술이전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허 회장은 한국에 돌아와 서울대 생산기술연구소 등과 협력해 일렉포일 공동 개발에 성공했다.


日은 후발주자 죽이기, 대기업은 외면…中企의 악전고투

日은 후발주자 죽이기, 대기업은 외면…中企의 악전고투


◆부품ㆍ소재 국산화 아직은 요원=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부품ㆍ소재의 탈일본화, 국산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핵심 기술은 아직도 일본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장기전이 요구되는 연구개발(R&D)에서 중소기업은 자금과 인력이 취약한 데다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전기전자, 기계, 바이오 등 주요 핵심 기술에서 국내 중소기업은 일본에 평균 2년 가량 뒤처져 있다. 일본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더라도 2년 뒤에나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다. 국산화가 조기에 이뤄지더라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고 일본이 수입을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업체가 단가를 낮춰 공급하는 전략, 이른바 '후발 주자 죽이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OLED 에칭(식각) 기술을 국산화한 볼트크리에이션의 김영재 이사는 "일본에 역수출해야 글로벌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데 규제가 장기화되면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본 DNP사가 독점적으로 갖고 있던 기술을 국산화해 양산 계획을 세웠다.


◆국산화에 필요한 것은 시간·비용 그리고 납품처= 일본의 수출 규제 첫 타깃이 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들도 규제 범위가 확대되거나 장기화 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반도체 소재 분야의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는 기계와 비교하면 투자 금액이나 규모가 크고 제약 조건이 많지만 반도체 소재산업의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1980년대부터 국산화에 주력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성공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부품 국산화 대책은 하나의 기회이지만 일본이 소재와 원자재에 대해 방대하게 제재할 경우 반도체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소재 분야의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소재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최소 5~10년 이상 투자가 필요해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구매해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면 기술 개발ㆍ투자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산화 장려ㆍ지원책, 대ㆍ중소 협력은 필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국산 부품을 우선 구매하게끔 협력을 유도하고 인증을 간소화하는 등 국산화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에서 반도체 공구를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국산화 개발을 마무리했지만 생산 설비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해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관련 수입 품목 대체를 위해 관련 국산화 연구ㆍ시설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 등을 확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용 온도조절기 제조기업 대표도 "정부가 동일한 스펙의 대체 소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와 정체된 국산화를 유도하기 위한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과 교수는 "국산화는 하다가 그만두면 안 되는 '장기전'이며 개발해도 대기업이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결국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의 협력은 필수"라며 "대기업이 국산화하는 기업의 제품을 세계 수준으로 만들 수 있게 평가하고 기술을 유도하고,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대기업이 구매할 수 있게끔 정부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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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이어 "최근 10년간 부품ㆍ소재 국산화가 정체된 상황인데 정부가 대책을 제시한 품목 외에도 국내 반도체 국가경쟁력을 위해 다른 품목들을 발굴해 장기적인 국산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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