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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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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세상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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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창업자로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전에는 한 달에 두세 편씩 보던 영화도 끊다시피 한 지 오래 됐다. 한데 얼마 전 없는 시간을 쥐어 짜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봤다. 디즈니가 만든 영화 '알라딘'과 '토이스토리4'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알라딘은 관객 수 1100만명을 돌파했고 토이스토리4는 330만명을 훌쩍 넘었다.


영화들을 본 이유는 간단하다. 추천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나는 워킹우먼을 위한 멤버십 커뮤니티를 운영하는데, 바로 그 고객들이 "이 영화 보며 계속 우리 커뮤니티가 떠올랐다" "멤버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영화를 본 소감을 말하자면, 역시나 안 봤으면 크게 아쉬울 뻔했다. 재미와 의미는 둘째 치고, 오늘날의 대중문화 트렌드, 그 뒤에 숨은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영화 모두를 관통하는 확연한 공통점은 단단한 자아와 진취적 리더십, 독립성을 갖춘 여성 캐릭터가 작품을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알라딘의 여주인공 자스민은 궁에 갇혀 남주인공이 구출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공주가 아니다. 여자는 왕이 될 수 없다는 법에 당당히 맞서, 용기와 리더십으로 최고 권력자가 된다. 자스민이 부르는 노래 '스피치리스(Speechless)'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태풍이 날 쓰러뜨리려 해도 일어나, 난 절대 침묵하지 않아!" 영화와 함께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노래만 들어도 울컥한다는 여성 관객들이 많다. 실제 알라딘 관객의 70%는 여성이라고 한다. 1000만 영화 타이틀을 사실상 여성이 만들어준 것이다.

토이스토리4도 마찬가지다. 토이스토리2의 예쁘장하고 깨지기 쉬운 도자기 인형 보핍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핑크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스스로 거친 세계에 몸 던지며, 옛 친구 우디의 문제를 앞장서 해결한다. 지금껏 대부분의 작품에서 남성이 맡아왔던 이상적 리더이자 멘토, 지휘관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두 영화를 제작한 디즈니의 이 같은 선택은 새삼스럽다.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세 살 딸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와 '인어공주'를 금지했다"고 말한 것이 바로 1년 전이다. 그만큼 디즈니 영화는 '공주'로 대표되는 수동적 여성상을 확산하는 첨병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디즈니 영화에서 페미니즘은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됐다. 시대가 그런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49%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특히 20, 30대 밀레니얼 세대는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공정성과 평등의 가치를 중시한다. 편향된 영화, 드라마, 광고가 편견을 강화하고 사회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 또한 일반화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심한 '민폐여주(능력 없고 감정적이며 어설픈 여주인공)' 캐릭터의 만연이 여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의 원흉 중 하나라는 비판이 크다.


최근 디즈니는 또 한 번 남다른 선택을 했다. '인어공주' 실사 영화의 주인공에 흑인 여성을 캐스팅한 것이다. "인어공주는 모름지기 붉은 머리에 흰 피부여야 한다"는 비난이 일자 디즈니 측은 이렇게 대응했다. "(인어공주 스토리의 탄생지인) 덴마크 사람이 흑인일 수 있으니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


우리는 이제 흑인도, 여성도, 장애인도, 트랜스젠더도,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또한 그런 세상을 여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영화, 드라마, 광고 제작자들도 제발 이런 시대정신에 눈뜨기를 바란다.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많이 벌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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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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