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무소속 돌풍' 로스 페로 별세(종합)

로스 페로 전 미국 대선 후보.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던 '원조 아웃사이더' 억만장자 로스 페로(사진)가 9일(현지시간)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페로는 5개월 전부터 백혈병으로 투병생활 끝에 이날 사망했다.

페로는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IBM 판매사원으로 출발한 그는 정보통신기술회사인 페로시스템을 창립, 지난 2009년 델 컴퓨터에 39억달러(약 4조6070억원)에 매각하며 억만장자가 됐다.

그는 1992년과 1996년 두차례 대선 출마를 통해 미 정치권 지형을 뒤바꾼 아웃사이더로도 유명하다. 1992년 대선 당시 그는 18.9%를 얻으며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1912년 테어도어 루즈벨트가 창당한 진보당 이후 민주ㆍ공화 양당 외 제3의 후보가 얻은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특히 그는 결과적으로 보수표를 잠식해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공화당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38%)을 낙선시키고 빌 클린턴(43%)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킨 '일등 공신'이 됐다. 당시 미 언론들은 페로의 돌풍에 대해 200년이 넘게 지속된 미국의 양당 체제에 신물이 난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을 대변했다는 분석을 내놨었다.

텍사스 출신 미 해군 장교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그는 군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인 1969년 비행기를 동원해 북베트남에 갇혀 있는 미군 포로들에게 음식과 의료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1979년 이란 혁명 와중에는 특공대를 동원해 테헤란에 갇혀 있는 그의 직원 2명과 수천명의 정치범들을 구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페로는 진정한 애국자이자 우리 군대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였다"고 애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텍사스와 미국이 충직한 애국자를 잃었다"면서 "페로는 기업가 정신과 미국의 신조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추모했다.